미국에서는 프로레슬링이 아주 인기다. 그런데 미국의 프로레슬링 경기에는 순서가 있다. 먼저 경기 전에는 선수들이 TV 카메라 앞에서 상대에게 소리를 질러 분위기를 돋운다. 경기에 들어가면 선수들이 과장된 액션과 현란한 몸짓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독설과 액션으로 가득 찼음에도 불구하고 프로 레슬링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그런데 프로 레슬링이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 어린 시절 김일 선수가 일본 선수들을 후련하게 해치우는 모습에 열광하던 나는 프로레슬링의 부활을 꿈꾼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 프로레슬링이 부활하지 못하는 이유를 나는 최근 TV를 시청하다가 새삼 알게 됐다. TV 뉴스가 미국 프로 레슬링에 나오는 묘기들을 죄다 보여주기 때문이다.
삿대질과 몸싸움은 기본이고 머리채를 잡거나 물을 뿌리는 액션이 방영되고 있다. 다만 선수들이 레슬링복 대신 양복 차림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정치인들을 지나치게 폄하한다고 비난하지 말기 바란다.
이 같은 행위는 프로레슬링협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인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프로레슬링이 부흥하려면 정당인들의 이러한 불법 경기를 규제해야 한다. 더욱이 프로레슬링 협회가 개최하는 경기에는 규칙이 있는데 매일 벌어지는 TV 속의 불법 경기에는 아무런 규칙도 없다. 프로레슬링은 룰에 따라 승부를 가리는 공정한 스포츠이다. 패자는 승자에게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한다. 내가 프로레슬링에 열광하는 이유다.
그런데 TV속의 불법 경기는 규칙이 없이 막가는 대로 하면서도 매일 가족 시청시간에 중계된다. TV가 이처럼 재미있는 프로레슬링을 방영하고 있으니 진짜 프로레슬링이 설 자리가 없다. 프로레슬링의 부흥을 바라는 팬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마디 더 독설을 해보자. 프로레슬링 협회가 이들 정치인을 스카우트하는 것도 방법이다. 프로레슬링 협회는 활기찬 액션을 풍부하게 구사하는 분들을 거액의 계약금을 주어서라도 선수로 영입했으면 한다. 성공적인 프로레슬링 경기를 펼치자면 독설과 액션말고도 폭소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시청자들을 매일 웃게 만들고 있는 이 분들을 영입하면 프로레슬링의 중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심각한 정치를 개그 수준으로 저하시킨 이 분들의 실력을 살리면 우리나라의 프로레슬링 부활에 도움이 될 테니까.
김 형 진 국제법률경영대학원대학교 교수·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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