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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그후 2년/ 美, 끝나지 않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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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그후 2년/ 美, 끝나지 않는 전쟁

입력
2003.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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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국이 9ㆍ11을 잊게 할 정도의 새로운 공격들이 미국 안팎에서 이어질 것임을 선언한다.” 9ㆍ11 테러 참사 2주년을 목전에 둔 7일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제2, 제 3의 테러를 경고하는 알 카에다 대변인의 육성이 아랍권 TV인 알 아라비야 전파를 탔다. 미국 내부에서는 4일부터 알 카에다의 추가 항공기 납치 테러 가능성을 알리는 테러주의보가 발령되고 음식이나 식수를 통한 오염 테러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내려졌다.2001년 9월 11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가 알 카에다의 항공기 테러로 무너져 내린 참화를 뒤로하고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지 2년. 과연 미 본토는 안전해졌는가. 미국은 세계의 곳곳에서 테러의 싹을 도려내고 있는가. 추가 항공기 납치 주의보와 알 케에다의 육성 경고는 대 테러전의 성공을 거론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대답을 대신하고 있다.

미 국내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은 사상 처음으로 본토가 공격 받음으로써 뭉개진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훌륭한 구호였다. 테러의 공포를 체감한 미국인들은 부시 정부의 ‘안보 절대주의’슬로건을 주저 없이 수용했고, 정보 통제와 까다로운 공항 검색 등 일상사의 불편도 감수했다. 정보 공유 부재에 비판이 일면서 안보 및 정보 기관들이 대대적 수술을 받았고, 마침내 올 해 초 직원이 17만여 명에 달하는 공룡부처 국토안보부가 출범했다.

대외적으로 대 테러 전쟁은 세계질서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명분이 됐다. 부시 대통령은 9ㆍ11 발생 9일 뒤 세계를 향해 “미국 편에 서든지 테러조직 편에 서든지 선택하라”고 외쳤고, 세계 각국은 적과 동지의 선택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9ㆍ11 발생 2달 만에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지난 3월 유엔승인 없이 결행된 이라크 전쟁은 ‘아메리칸 파워’를 확인하면서 세계 각국에 미국 편에 설 것을 강요했다.

그러나 세계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알 카에다 은신처 제거를 명분으로 한 아프간 전쟁에 동조했던 나라들은 미국이 유엔의 승인 없이 이라크를 공격하려 하자 지지파와 반대파로 분열했다.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반대 국가들은 사담 후세인 정권의 알 카에다 연계 및 대량살상무기(WMD) 보유에 대한 증거 부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이면에서는 중동 질서 재편 및 석유자원 독식에 대한 미국의 의도를 의심했다.

미국은 이 두 차례 전쟁에서 승리했으나 지금 일방적으로 선택한 전쟁의 후유증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라크 전쟁 발발 후 미군 사상자가 7일 현재 282명으로 1991년 걸프전의 147명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이르고, 한달 30억 달러의 전비가 재정을 압박하면서 승전 초기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열기도 급속히 식고 있다. 급기야 부시 정부는 자존심을 접고 전쟁 반대국들의 이라크 재건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유엔 이라크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프간 전선의 상황도 심상치가 않다. 미군 1만2,500여명이 남아 탈레반 잔당 소탕 작전과 치안 유지 활동을 펴고 있지만 수도 카불을 제외한 곳곳에서 혼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프간 남부와 북동부 산악 지대에서 탈레반 세력이 재규합, 게릴라전을 재개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지도자 무하마르 오마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건재하다는 사실은 부시 정부가 2년 동안 추진해온 대 테러전의 성과를 흐리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정부의 독선적 외교 노선과 국민 기본권 침해를 우려하고, 안보 문제의 정치 목적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7일 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쩌면 미국은 결코 끝나지 않을 미완의 전쟁에 빠져들었는지 모른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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