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주민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한 김종규 부안군수는 갈비뼈 2개와 어깨뼈가 골절되고 두개골이 함몰되는 등 중상을 입었다.○…김 군수는 오후 8시40분께 순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119구급차에 실려 전북대병원에 도착했다. 김 군수는 응급실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응급센터병동 4309호 특실로 옮겨진 뒤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으로부터 응급조치를 받았다.
병실에는 양두현 전북대병원장과 이재백 응급실장이 직접 나와 김 군수의 부상 상태를 점검하고 치료를 했다. 김 군수는 의사들이 상처 부위를 누르며 묻는 질문에 비명만 내뱉을 뿐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했다.
김 군수 병실은 외부의 접근이 완전 차단됐다. 전주북부경찰서 사복형사 20여명이 병실 입구와 복도에 배치돼 취재진은 물론 김 군수의 친척과 부안군청 공무원들의 출입까지도 막았다. 오후 9시30분께 강현욱 전북지사와 이형규 행정부지사가 병실을 찾아 위로했으며, 오후 10시15분께는 김병준 전북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 관계자들이 위문했다.
○…이날 폭행사태는 혜산 큰 스님 방에서 3시간 여 동안 몸을 피해있던 김 군수가 오후 3시30분께 법당 밖으로 나와 주민들과 대화를 시도하면서 비롯됐다.
김 군수가 "돌을 던지려면 던지고 계란세례를 하려면 하고, 욕을 하려면 하라"며 당당하게 말한 데 흥분한 주민들이 갑자기 달려들어 멱살을 잡는 등 폭행을 가했다.
오후 4시께 김 군수는 다시 주민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원전시설 유치는 변함없이 추진한다. 나도 부안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는데 너무 그러지 말라. 군민들 앞을 당당히 지나가겠다"며 주민 사이를 빠져 나오려다 또 다시 10여분 간 집단폭행을 당했다.
김 군수는 주민들이 원전시설 유치 철회를 재차 요구하자 "대책위 대표들과 별도로 얘기하겠다. 여기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군수가 중상을 입은 채 주민들에게 감금되자 경찰은 오후 5시50분께 15개 중대, 2,00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1차로 경내 진입을 시도했으나 사찰측이 강력 반발, 진압작전을 잠시 중단했다. 경찰은 다시 병력 2,000여명을 동원, 오후 7시께 내소사 정문과 측면 문을 이용, 진입해 감금되어 있던 김 군수를 구출했다.
○…내소사에서 시위를 벌이던 주민들은 한동안 남아 시위를 계속하다 오후 8시께 자진 해산했다. 해산한 주민들은 부안수협 앞 광장으로 가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오늘 사태는 다른 곳으로 돌아갈 것을 권고했는데도 김 군수가 고집을 부려 일어난 것"이라며 "원전시설 유치 신청을 즉각 철회하면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군수가 예정에도 없이 내소사를 방문한 데 대해 주민들 간에는 다양한 시각이 나오고 있다.
한 주민은 "정부 지원금으로 종교계를 회유하려 한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으며, 다른 주민은 "군수가 주민들이 쉽게 알게끔 공개적으로 내소사를 방문한 것이나, 분노한 주민들 앞에 일부러 얼굴을 내민 것은 폭력상황을 유발하려 했던 것 아니냐"며 '의도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부안=최수학기자 shchoi@hk.co.kr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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