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문을 연 이마트 수지점 수입가전 코너에는 '하이얼(Haier)'이란 다소 낯선 브랜드의 와인냉장고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이얼은 지난해 10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중국 최대의 가전업체. 판매원 백상선씨(36)는 "호기심으로 둘러본 고객들이 제품을 본 뒤 모두 놀란다"며 "국산의 30%에 불과한 가격에 놀라고,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품질이 괜찮다는 설명에 놀란다"고 말했다. 중국 가전회사가 자체 브랜드를 달고 대형 가전제품을 국내 시장에 들여온 것은 하이얼이 처음. 중국 가전이 본격적인 한국 대공습에 나서면서 국내 가전시장에 엄청난 회오리가 몰려오고 있는 셈이다.몰려오는 중국 가전 테스트 매장인 이마트 수지점의 좋은 반응에서 자신감을 얻은 하이얼은 이 달 중순부터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전국 30여개 매장에서 거실형 냉장고 홈바와 와인냉장고 등 4개 모델 판매를 시작한다.
하이얼은 내년 초까지 중급형 직냉식 냉장고와 세탁기, 식기세척기, 컬러 TV 등을 차례로 들여올 계획. 또 자체 유통망 구축과 마케팅 전략 강화를 위해 올해 안에 하이얼 전문 대리점을 모집하고 TV 광고도 내보낼 예정이다.
하이얼에 이어 샤오야 전자가 드럼세탁기로 한국 시장 진출을 타진 중이며, 거란츠, 콩가, 창홍 등 가전사도 한국 시장 입성을 노리고 있다. 조만간 백색가전 시장에서 중국업체와 한국업체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한 상황.
안이한 국내업계 대응 국내 가전업체는 시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도, 국내에서 중국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가 높지 않아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국내보다 최고 70%까지 싼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중국 가전업계의 가격경쟁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풍기 등 소형가전시장의 경우 중국산이 순식간에 국내 시장의 60∼70%를 잠식한 적이 있다.
특히 세계 냉장고 시장의 40%를 잠식할 만큼 기술력도 인정 받고 있는 하이얼은 국내 시장에 저가형 뿐 아니라 중·고가 제품도 내놓고 국내 업체와 정면대결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하이얼 관계자는 "10월께 들여올 중형 냉장고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미국 판매 1위를 기록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테스트 매장인 이마트 수지점에는 "일반 냉장고는 언제쯤 들어오느냐"는 소비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는 후문.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가전은 이미 미국 시장등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해 무서운 기세로 시장을 파고들 것"이라며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와 독자적인 기술 개발 등 다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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