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일부 시민단체들이 '정치세력화'에 나서면서 시민단체가 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특히 이 같은 움직임의 중심에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그동안 정치적 중립성을 무기로 큰 성과를 일궈냈던 단체들이 자리하고 있어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환경운동연합과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YMCA전국연맹 등 시민단체 소속 활동가들은 8일 '정치개혁과 새로운 정치주체 형성을 위한 기획단'을 구성하는 등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한 '정치세력화'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새 정치주체는 지난 10여년간 정치권을 대신해 한국사회를 변화시켜 온 시민사회에서 나와야 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낭독,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정당을 출범시킬 것임을 시사했다. 이 선언문에는 각계인사 1,013명이 서명했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9월 중순부터 전국 순회 간담회 및 여론조사를 거쳐 10월께 정치세력화 방식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개별적 지지를 전제로 한 지지·당선운동과 큰 틀에서의 시민정당 발족 두 가지 방식을 놓고 여론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언문 초안 작성에 참여했던 박원순 전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선언문에 서명하지 않은 데 이어 이날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또 박 위원장뿐만 아니라 환경련 등과 함께 2000년 총선연대를 이끌며 낙선운동을 주도했던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모두 선언문 서명에서 빠졌고 경실련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원순 전 위원장은 "정치개혁에는 뜻을 같이하지만 정치참여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도 "정치세력화 논의는 중립성과 순수성을 생명으로 하는 90년대 시민운동의 성과를 일거에 무효화시킬 수도 있는데 너무 성급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족한 기획단에는 이오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김상희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학영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정대화 상지대 교수, 박홍근 한국청년연합회(KYC) 공동대표, 윤기원 변호사, 양길승 녹색병원 원장, 오충일 유월사랑방 대표, 조현옥 여성정치세력화민주연대 대표,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 임옥상 화백,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 임진택 연출가, 이김현숙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등 15명이 참여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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