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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이곳은 /서울대 "자하교" 추억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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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이곳은 /서울대 "자하교" 추억속으로

입력
2003.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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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자락에서 대학시절을 보낸 학생치고 이곳서 사색 한번 잠겨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요."서울대 인문대 앞에 아늑히 자리잡은 자하연(紫霞淵)은 '자주빛 안개가 내리는 연못'이란 뜻처럼 자타가 공인하는 학내 최고의 명소다. 호젓함 속에 연못 속 비단 잉어들 위로 떨어지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학자들은 학문적 명상에 빠져들고 새내기 남녀 학생들은 저마다의 연애담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자하연이란 이름은 조선시대 지명에서 유래했다. 18세기 조선 후기의 유명 한학자였던 신위(申緯)의 호가 '자하'였고 과천에서 성장한 그는 계곡이었던 이곳 일대를 '자하동천(紫霞洞天)'이라 했다. 조선시대 관악산의 불기운이 세다 해서 산 주변 곳곳에 못을 팠는데 자하연이 그 중 하나라는 이야기도 있다.

자하연은 1975년 서울대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할 당시 골프장 부지 내 연못이었고 연못 위에는 하늘색 시멘트 다리가 놓여 있었다. 인문대 교수들은 이 다리를 '자하교'로 지칭했고 학생들은 '오작교'라 불렀다. '연인 남녀가 이 다리를 함께 지나가면 1년 안에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어 다리를 건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학생들 사이엔 '숫총각, 숫처녀가 지나가면 다리가 무너진다'는 짓궂은 농담도 유명했다.

단풍나무와 플라타너스로 뒤덮여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이곳에도 쓰라린 기억이 숨쉬고 있다. 95년 5월 학내 모동아리 회원 20여명이 다리 위에서 만취한 신임회장 신모(당시 20)씨를 연못 속에 던져넣는 통과의례를 벌이다 신씨 등 두 공대생이 익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던 것. 이 참사로 자하연은 한동안 대학생들의 그릇된 음주문화를 상징하는 불명예스런 장소로 회자되기도 했다.

자하연의 다리는 올 2월 강제 철거돼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학생들 사이 짖궂은 농담처럼 '저절로 무너졌다'는 소문도 무성했지만 주변경관과 사고 예방 등을 고려한 대학 본부측의 조치였다. 서울대 관계자는 "다리를 없앤 뒤 연못이 커보이고 전경이 확 트여 한결 보기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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