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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원조 "한국 IBM"/"움직이는 사무실"로 생산성 20%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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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원조 "한국 IBM"/"움직이는 사무실"로 생산성 20%늘어

입력
2003.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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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IBM에서 비즈니스컨설턴트로 일하는 조현주(30)씨는 출근시간이 따로 없다. 졸린 눈을 비비며 노트북PC를 켜는 순간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주방 식탁에서 오전 업무를 끝낸 11시, 비로소 삼성동 아셈타워에 있는 회사로 출근, 고객과의 저녁 미팅을 준비한다. 사무실 입구의 단말기에 이름을 입력하자 29번 책상이 배정됐다. 이날 오후는 여기가 그의 사무실이다.1972년 국내 최초로 주5일제를 도입한 한국IBM은 8년전부터 더욱 파격적인 근무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소위 '모빌 오피스'(Mobile Office), 우리말로 옮기면 움직이는 사무실이다. 노트북PC와 인터넷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면서 출퇴근시간 및 업무 장소를 강제하지 않는다. 전직원 2,500여명 중 영업, 기술, 컨설팅 등 매출 부서에 일하는 직원 1,500여명이 이처럼 근무하고 있다.

정해진 사무실에서 부서장이 직원들의 근태를 꼼꼼히 점검하는 일반 기업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방식이다. 이 회사 홍보팀의 김강원 부장은 "외부인의 시각에는 관리를 '포기'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은 1인당 생산성을 극대화 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모빌 오피스 실시 후 20%의 생산성 증대 효과를 봤다는 설명이다.

'방목'(放牧)과 다름없는 환경에서 더 높은 생산성이 나오는 비결은 뭘까. 인사부문 총괄 김영규 상무는 "철저한 목표관리와 보상, 1인당 관리비용 절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모빌 오피스 제도는 개인 책상을 없애고 직원 5명당 1개의 공간만 마련했다. 덕분에 10년전 건물 20개층을 쓰던 회사가 지금은 10개층으로 운영된다. 1인당 생산성을 계산할 때 분모가 되는 관리비 항목이 절반으로 줄어든 격이다.

반면 직원들의 근무 시간은 오히려 늘었다는 평가다. 아침저녁 러시아워에 출퇴근할 필요가 없으므로 길에서 낭비하는 시간이 없다. 일이 많을 때면 집에 틀어박혀 날을 새가며 일하기도 한다.

한국IBM 직원은 매년 초 목표를 설정해 제출하고, 2개월마다 실시되는 경영평가와 연말 업적평가를 통해 총급여가 결정된다.

성과부진으로 연봉이 깎이는 일은 흔하다. 국내 S그룹 근무 경력이 있는 한 직원은 "전 직장에서도 비슷한 연봉제 목표관리를 했지만 여기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생산성을 높이는 지름길은 무작정 직원들을 독려하기 보다는 모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이 직원의 지적이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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