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면 누구나 차례상에 올린 술을 한두 잔 음복(飮福)한다. 조상의 음덕을 입어 후손들이 잘 살게 해달라는 뜻의 이 관습은 건강을 지키는 음주법에 대한 조상의 지혜를 담고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음복 만큼만'으로 건강 음주법의 기준을 만들어보자.도수 약한 술을 마셔라
차례상에 오르는 청주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산사춘, 백세주, 복분자주 등은 모두 알코올 도수가 20도 미만인 발효주들. 독한 위스키나 소주보다 흡수되는 속도가 느리고 결과적으로 천천히 취하게 된다.
흔히 '싼 술은 뒤끝이 좋지 않다'며 전통주를 기피하고 위스키를 찾는 이들이 있는데 근거가 있을까? 술 마신 다음날 두통의 원인은 알코올 대사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와, 술의 맛과 향을 내는 각종 첨가제의 독성이다. 때문에 성분이 순수한 증류주보다 첨가물질이 많은 발효주나 약주의 숙취가 더 심할 수 있다.
비슷한 도수의 술이라도 백포도주보다 적포도주, 보드카보다 버본이나 스카치 위스키의 첨가물이 많아 숙취가 오래 간다. 여러 술을 섞어 마셨을 때도 상호 화학반응으로 숙취가 심하다. 다만 비싼 술은 조금만 먹기 때문에 숙취가 덜할 수는 있다.
한두 잔만 마셔라
더욱 중요한 것은 음주량을 지키는 것. 음복을 하듯 매일 1∼2잔씩만 술을 마시면 오히려 건강에 좋다. 이 정도 음주가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을 줄인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로 확인됐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의 관상동맥질환 발병 위험도를 1로 했을 때 하루 와인 반잔 정도 마시는 사람의 위험도는 0.68, 하루 와인 1∼2잔을 마시는 사람은 0.57로 알려졌다. 포도주뿐 아니라 맥주, 청주 등에 대한 연구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폐경 이후의 여성을 조사했더니 음주자의 골밀도가 비음주자보다 13% 정도 높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소량의 음주에 한하는 이야기다. 술을 입에 대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우리의 음주습관은 술의 해악만 남긴다.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알코올은 과하면 간경화와 지방간 등 간질환을 유발하고 만성췌장염, 췌장암, 위염, 골다공증, 치매를 일으킨다.
지방, 단백질을 곁들여라
풍성한 한가위 음식과 비타민 C가 풍부한 햇과일은 술에 곁들이기에 안성맞춤이다. 공복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위에 머무르지 않고 곧 소장으로 내려가 흡수되기 때문에 빨리 취한다. 반면 전이나 고기 등 기름기 있는 음식으로 속을 채워놓아야 술이 음식과 함께 위에 오래 머무르며 흡수가 천천히 일어난다.
흡수가 느릴수록 간에서 처리되는 술의 양이 비교적 일정하기 때문에 덜 취한다. 또한 뇌세포와 신경세포에 도달하는 알코올의 양이 적어진다.
또 비타민 C를 규칙적으로 복용하면 몸 안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보고가 있다. 차례상에 올린 햇과일이 좋은 안주라는 얘기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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