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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묶인 칭기즈칸의 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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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묶인 칭기즈칸의 후예

입력
2003.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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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이 자본주의적 토지개혁을 추진하면서 칭기즈칸의 후예인 유목민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개인에게 땅을 나눠주고 소유권을 인정하는 조치는 풀이 잘 자란 땅을 찾아 대초원을 누비는 유목민들에게 전통적 삶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과거 사회주의 체제였던 몽골은 시장경제 도입의 일환으로 국민들의 토지 소유권을 인정해주기로 하고 지난 5월 몽골 국토의 5%를 개인들에게 나눠주는 1단계 조치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1인당 도시 주민들은 0.17 에이커(208평), 유목민·농민의 경우 0.5 에이커 (612평) 가량의 토지를 받게 된다.

토지개혁에 대해 몽골에 주재한 세계은행 및 아시아개발은행(ADB) 관계자들은 "개인의 토지소유를 인정함으로써 투자가 활성화할 것이고 경제도 안정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같은 조치로 도시주민들은 경제적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몽골 국민의 3분의 1에 달하는 80여만 명의 유목민들은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유목민들은 계절 변화에 따라 4 곳 정도의 목초지를 옮겨다니는데 토지소유가 한 곳으로 제한될 경우 발이 묶이게 된다. 초원지대를 누비며 게르(원형 천막)를 치고 사는 유목민들이 기르는 양과 소, 말 등의 가축은 총 3,000만 마리에 이른다.

몽골 북부 지역에서 70여명의 대가족과 함께 이동하며 가축을 기르는 도리씨는 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물과 토지, 풀을 찾아 투쟁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며 "토지개혁은 도시 사람들에게 좋을지 모르지만 유목민들에게는 나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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