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줄 알고 뒤늦게 재건축 아파트를 계약했는데 수익은커녕 이제 은행 빚 부담만 늘게 됐습니다."재건축 시장에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와 소형평형 60% 의무 배정 등의 내용을 담은 '9·5 대책'의 철퇴가 내려지면서 평수를 늘리기 위해 재건축 '막차'를 탄 선의의 피해자들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성 급락이 전망됨에 따라 대책 발표 직후 일부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최고 1억원이나 호가가 빠진 데 이어 손절매 차원의 실망매물이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가격 폭락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 투자 차원에서 뒤늦게 은행 대출을 받아 재건축 아파트를 산 경우에는 앞으로 조합원 지위 전매가 전면 금지됨에 따라 입주 때까지 길게는 10년 이상 매달 상당 수준의 이자 부담을 지게 됐다.
조합원 20%는 '막차' 피해자
7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1대1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서울·수도권 지역 주요 재건축 단지 소유자의 20% 가량은 재테크 수단으로 최근 1년 여 사이 저금리 기조를 이용해 은행 대출을 받아 재건축 단지를 매입했거나 평수를 늘리기 위해 뒤늦게 재건축 아파트를 사들인 수요자들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이미 가격 '상투' 지적을 받은 뒤 계약을 했기 때문에 거품 붕괴 시 가장 큰 손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전 1대1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청실아파트 35평형을 구입한 최모(47)씨는 "아직 잔금도 치루지 않았는데 호가가 하루 만에 3,000만∼4,000만원이나 빠지면서 가격이 폭락할 기세"라며 "지금보다 더 적은 평형에 살지도 모르는 데다 앞으로 조합원 지위도 양도할 수 없게 돼 금전적 손해와 이자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털어놨다.
비(非)강남권 투자자 '날벼락'
강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 재건축 투자자들은 이번 조치에 따른 가장 큰 선의의 피해자다. 두 달 전 노원구 상계주공8단지를 매입한 홍모(39)씨는 "강남 등 일부지역 폭등세 때문에 다른 지역 재건축 시장에까지 불똥이 튀는 날벼락을 맞게 됐다"며 "평수를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작은 집에 살게 될 판"이라고 말했다.
안산시 군자주공7단지 조합원 강모(53)씨는 "평수도 늘리고 재산가치도 높이기 위해 재건축 아파트를 샀는데 이번 조치로 가격이 크게 떨어지게 됐다"며 "수익성 하락이 커진 만큼 은행 이자 부담을 덜고 가격 하락에 따른 손해를 줄이기 위해 당장 매물로 내놓아야 할 처지"라고 전했다.
대출비중 높은 투자자 '이중고'
은행 대출을 받아 재건축 '막차'를 탄 투자자들은 법 시행 전까지 재건축 지위를 양도하지 못할 경우 조합설립 후 입주 때까지 통상 6∼7년 가까이 장기간 이자 부담을 져야 한다. 재건축 수익성이 사라지면서 당장 수천만원대의 가격 하락은 물론 이자 부담만 늘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특히 은행 대출 비중을 높여 아파트를 산 투자자들의 경우에는 재건축 가격 폭락 시 손절매를 하더라도 장기간의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 급매물을 대거 쏟아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