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극처럼 매주 서울 강남 집값 대책이 나오고 있다. 이번 회에는 뭔가 진한 것이 있을까 기대하다가 실망하는 관중들이 많다. 그래도 지난 주말 분은 좀 화끈했다. 작은 평수 건설을 강요하는 재건축 규제는 재건축 아파트 가격엔 약발이 꽤 먹힐 듯하다. 하지만 불꽃이 기존의 대형 아파트로 튈 수도 있다. 이 참에 한번 근본적인 것을 물어봐야 한다. 왜 정부가 북핵 문제나 경기침체보다도 강남 집값 낮추는 데 더 열을 올려야 하는지.몇 가지 이유를 내세울 수 있다. 첫째는 강남 집값에 거품이 끼어 있어 폭락할 때 생길 부실금융의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이 논리는 한 때는 그럴 듯 했지만 현 시점에서는 그리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거품이 얼마나 있는지도 알 수 없고, 무리하게 차입해서 강남에 집 산 서민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강남 대책을 요구하는 국민과 그 대책을 짜는 당국자의 눈빛에서 강남 집값 폭락을 염려하는 기색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둘째는 주거비용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의 주거비용인가? 이 나라 4,900만 인구의 2∼3% 밖에 안 되는 특수층의 주거비용이다. 위환위기를 거친 이후 아파트값이 지역별로 차별화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왜 정부가 부유층의 생활비용에 그렇게 민감해야 하나? 상어 지느러미의 가격이 폭등했다고 해서 국가가 나서서 대책을 서둘러야 할 이유는 없다. 배추 값이면 몰라도. 강남 집값이 폭등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부자들이 살 곳이 부족해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부유층이 살기 좋은 곳을 개발해야 된다는 논리에 이르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재정을 털어서 부유층의 생활을 안정시켜야 하나?
정말 강남의 주거비용을 안정시키고 더 많은 국민들이 강남에 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정부가 할 일은 자명해진다. 용적률 제한을 풀어서 홍콩처럼 100층짜리 아파트들이 줄을 서게 하고, 청계산과 우면산 비탈을 아파트로 가득 채우는 것이다. 그런데 환경정비법이니 안전진단 강화니 재개발 최소연한이니 하는 정책들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정부의 목적이 여기에 있는 것도 아닌 듯 싶다. 아마도 이렇게 하면 지금보다 강남 주민들이 더욱 부자가 될까 몹시 두려워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필자는 강남에 열을 올리는 진짜 이유는 세 번째에 있다고 생각한다. 좋게 이야기하면 부의 평등에 대한 욕구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질투다. 보수적인 경제학자에게 기본 목적이 국민들의 심리적 안정에 있는 정책은 수용하기 참 힘들다. 포퓰리즘의 냄새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정부의 모습이다. 여론을 무시하지도 못하고, 건축 자유화이든 보유세 강화이든 과감한 정책도 추진하지도 못한 채, 대중의 눈치 때문에 부유층의 주택가격이 다른 국가정책의 발목을 잡도록 내버려 두는 모습 말이다. 보유세를 20만원에서 40만원 정도로 올린다고 해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나?
정말 국민의 정서에 충실하고 싶다면 해야 할 일이 있다. 대폭적인 보유세율 인상과 과감한 과표 현실화다. 인터넷에는 만인이 열람할 수 있는 시장가격과 이에 상당히 근접한 국세청의 기준시가가 나와 있다. 그런데 국세청에 세금 낼 때는 5억원 하는 집이 구청에 세금 낼 때는 1억원이 되는 희극이 수십 년 동안 계속되어 왔다.
이 포퓰리즘은 경제학자로서 별로 걱정스럽지도 않다. 노조와 부실기업에 손을 들어주는 정책은 국가경쟁력도 낮추고 외국인도 쫓아내고 세금도 축을 낸다. 그러나 이 정책은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온다. 또 걷은 세금으로 새로 태어나는 청계천변에 특수고등학교와 일류학원을 세울 수도 있다. 무엇이 두려운가? 현 정부와 여당은 어떤 노력을 해도 강남 주민의 표를 얻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송 의 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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