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펴내는 지정문화재목록은 국보·보물의 소재지와 지정 일자, 소유자 등을 기록한 문화재의 '등기부'다. 이 목록과 국립박물관의 기탁물관리대장이 금동약사여래입상(국보 28호)과 수종사 부도유물(보물 259호)에 대해 다르게 기록하고 있어 소유권 분쟁이 우려되는데도(본보 8월25일자 25면) 두 기관은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당초 문화재청은 목록이 잘못됐을 리가 없다며 중앙박물관측의 착오를 의심했다. 하지만 수종사 유물이 1956년 문화재관리국이 펴낸 국보고적명승천연기념물 보존목록에 수종사 소유로 기록됐다가 63년 이후 목록에서 박물관 소유로 바뀐 것으로 드러나자 말을 잊었다.
중앙박물관의 자세는 더욱 가관이다. 한 간부는 기자의 사실 확인 요청에 "소장품이 10만 점인데 어떻게 일일이 관련기록을 찾아주느냐"며 짜증부터 냈다. 수종사 유물이 '중앙박물관 소유'로 돼 있음을 확인하고는 금세 얼굴이 붉어졌다. 40년 넘게 엄연히 '자기 것'으로 등재된 물건을 수종사 기탁품으로 적은 '기탁물관리대장'만 믿고 내 줄 뻔했기 때문이다. 반면 70년 이상 문화재 목록에 '백률사 소유'로 적힌 금동약사여래입상에 대해 경주박물관이 뒤늦게 자체 분류를 토대로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두 기관이 흔한 공문 발송은커녕 상황 파악을 위한 협의조차 하지 않은 채 구멍 난 자료 탓만 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불교 조계종이 두 유물을 환수 대상으로 삼고 있어 언제 소송으로 번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근거 자료를 찾지 못하면 어쩔 것이냐는 물음에양쪽 다 꿀 먹은 벙어리다. 두 기관은 얼마 전 통합 얘기가 나왔을 때 각자 열심히 하기로 하고 넘어갔다. 문화재목록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것은 문화재 행정이 이원화, 업무 교류·협조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대해 또 할 말이 있을까.
최진환 문화부 차장대우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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