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분당 사태에는 중진 네 명의 얽히고 설킨 운명적 대결 관계가 있다.김원기 고문 대 한화갑 전 대표, 정대철 대표 대 조순형 고문의 구도이다.창당주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고문과, 통합모임을 이끄는 한 전 대표는 DJ가(家) 직·방계의 대표적 인물간 대치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김 고문은 13대 국회 평민당시절 총무를 맡으면서 DJ의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1995년 민주당 분당 때 당 잔류를 선언, DJ와 결별했다. 이후 97년 국민회의에 입당, DJ 그늘로 다시 들어왔지만 동교동계는 "언젠가는 또 우리와 등질 사람"이라며 신뢰를 주지 않았었고, 이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반면 한 전 대표는 67년부터 DJ곁을 지킨 동교동 직계. 그는 민주당이 와해될 위기에 놓이자 중도파를 규합, 민주당 사수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그는 대선 이후 김 고문을 중심으로 한 신주류의 대표 사퇴 공세를 계기로 노무현 대통령 및 신주류와 절연한 상태. 동교동계 의원들은 최근 회동, 한 전 대표를 정점으로 민주당을 지켜 내자는 데 의견을 모았고, 김 고문을 강하게 성토했다고 한다.
정 대표와 조 고문은 선친이 야당의 정통성을 가진 정치 거목이었다는 점에서 같다. 정 대표의 선친은 정일형 박사이고 조 고문의 선친은 조병옥 박사. 이처럼 두 사람은 정통야당의 뿌리를 같이하고 있는 '야당의 적자(嫡子)'이지만 분당 사태를 놓고선 시각과 입장이 다르다. 정 대표는 선친의 영향 등을 감안, "당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지금은 '신당 합류'쪽으로 무게추가 점차 기울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이에 비해 조 고문은 통합모임 대표로서 당 잔류를 확실히 선택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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