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이젠 마음 놓고 좋은 곳으로 가세요."6일 아스트라컵 제17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2억원) 최종일 마지막 홀. 국가대표 아마추어 송보배(17·제주 삼성여고·사진)는 마지막 우승 퍼트를 홀 컵에 떨구며 속으로 이렇게 속삭였다.
대회 시작 3일전인 1일 갑자기 운명을 달리한 할아버지(송동호 옹·향년 80세)에게 드리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생전에 그토록 자신을 아껴주던 할아버지의 운명 소식을 듣고도 대회 참석 때문에 장례식조차 찾지 못했던 죄스러움에 대한 속죄이기도 했다. 대회 내내 송보배는 가슴 한 가운데가 뻥 뚫린 듯했다. 할아버지에 대한 죄스러움 때문에 잠도 설쳤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은 송보배는 이날 고인에게 우승이라는 마지막 효도선물을 했다.
대회가 끝나자 마자 제주 할아버지 집으로 달려간 송보배는 7일 가족과 함께 산소를 찾아 할아버지 영전에 대회 우승컵을 바쳤다.
송보배는 6일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골프장(파72·5,692m)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합계 6언더파 210타로 베스 바우어(미국), 박지은(24·나이키골프) 등 미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선수들의 추격을 가볍게 따돌리고 우승컵을 안았다.
한국 여자골프대회 가운데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내셔널타이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아마추어 선수가 우승한 것은 정일미(93년), 김미현(95년), 장정(97년)에 이어 4번째.
제주 출신으로 지난해 전국체전 개인·단체전 2관왕에 오른 뒤 올해 청소년최강전에서 1위를 차지했던 송보배는 이로써 박세리(26·CJ), 김미현(26·KTF), 박지은, 한희원(25·휠라코리아)을 이을 차세대 유망주로 확실하게 자리 매김했다.
한편 지난해 LPGA투어 신인왕 바우어는 1타를 줄이는데 그쳐 합계 4언더파 212타로 준우승했지만 '아마추어가 우승할 경우 상금을 프로가 갖는다'는 규정에 따라 우승 상금 3,600만원을 챙겼다.
국내 대회에 첫 출전한 박지은은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2언더파 214타로 3위에 머물렸다. 전미정(21·테일러메이드)은 1언더파 215타 4위로 국내 프로 선수로는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강수연(27·아스트라)과 이선화(18·CJ)가 1오버파 217타로 공동7위, 한희원은 3오버파 219타로 공동9위에 머물렀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