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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기증 맘 변할라… 동시수술 강행"/최초 간 교환이식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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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기증 맘 변할라… 동시수술 강행"/최초 간 교환이식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교수

입력
2003.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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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의 일부를 떼어주는 것은 신장을 이식하는 것과는 또 다릅니다. 중압감이 더욱 크다는 거죠. 간은 체중의 2%를 차지하는 중요 장기인데다 수술이 15시간 이상 걸리고, 흉터도 크게 남거든요. 이번처럼 가족끼리 조건이 맞지 않아 교환 이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행여 한 쪽만 먼저 수술했다가 두번째 기증이 순조롭게 이뤄질지 모르거든요."지난 2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루어진 두 쌍의 간이식 동시수술은 60명의 의료진이 참여해 연 50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날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두 수술장을 오가며 이식을 지휘한 주인공은 '생체 간이식의 1인자'로 꼽히는 외과 이승규(사진) 교수.

말기 간경화 환자인 이영자씨와 임재희씨에게 상대편 기증자의 간을 교환 이식한 이번 동시수술은 이 교수팀의 맨파워를 여실히 입증하는 한편 간 기증을 둘러싼 갖가지 사연을 응축적으로 담고있다.

이씨는 가족 중 기증자를 찾을 수 없었고, 임씨는 조카 임용순씨를 기증자로 물색했지만 혈액형이 맞지 않았던 것. 이 때 이씨측에 목사 박모씨가 기증의사를 밝혔고, 의료진은 기증을 교환토록 해 두 명 모두 살리는 길을 찾았다.

만에 하나 기증 의사를 되물리는 쪽이 있을까 봐 동시 수술을 강행했다. 현실적으로 부모 자식 사이라도 수술 전날 행방을 감춘 기증자가 있고, 간 떼어주면 결혼 않겠다며 기증을 말리는 애인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차라리 수술을 권유하지 않았다면 가족관계라도 유지한 채 눈을 감았을 걸 하고 생각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생체 간이식은 철저히 기증자 우선입니다. 절제 정도는 기증자의 체중뿐 아니라 나이, 간 상태를 모두 고려하고, 환자의 생존에 부족하다면 2명의 기증자로부터 이식받습니다. 미혼 여성이라면 무지개모양으로 흉터를 예쁘게 꿰매는 데에도 신경을 씁니다."

간은 40%만 남아도 정상 기능을 유지한다. 간을 절제한 뒤 2주면 기능이 회복되고, 3개월이면 원래 크기의 90%로 복귀된다. 그러나 '무식한 장기'로 불리는 간은 증상을 느껴 이식 진단을 받을 정도면 6개월에서 1년밖에 시간이 없다. 뇌사자 이식이 극히 드문 우리나라에선 그래서 생체 간이식이 중요하다. 대부분 가족으로부터 이식받고, 일면식도 없는 순수 기증자는 20%가 채 안 되는데 거의 종교인이다.

서울아산병원의 뇌사자 간이식은 올해 12명으로 캘리포니아주립대(연 300명)의 5%도 안 되지만 생체 간이식은 연 140건으로 세계 최다. 생존율도 94%로 미·일의 선진병원 수준(약 90%)을 웃돈다.

이 교수는 1992년 최초 뇌사자 간이식, 1994년 최초 소아 생체 간이식, 1997년 최초 성인 생체 간이식 등 최초 기록행진을 하며 지금까지 450건의 간이식 수술을 해왔다. 자정이면 "수술 일찍 끝났다"고 좋아하는 것이 이젠 습관이다.

"10대의 어린 자식이 간을 기증하는 것을 두고 아이에게 큰 짐을 지운다는 시선으로 보는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식하지 않고 1년 후 부모 없이 자라는 것보다는 나은 것 아닐까요? 노랗게 머리를 물들이고 코걸이를 한 젊은이가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하겠다고 입원했는데 어찌나 의젓하던지…. 그래도 젊은이들이 순수합니다. 이들에게서 간을 이식받고 10년은 젊은 모습으로 퇴원하는 환자를 보면 이 일을 그만둘 수 없지요."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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