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매출, 고용, 생산 등 여러 면에서 결코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 기업은 철저하게 수익에 따라 판단하는데 3년 내에 노사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본사에 철수를 제의하겠다."(한국네슬레 이삼휘 사장, 3일 기자회견)올 들어 주한 외국 기업들의 노사분규가 잇따르는 가운데 극심한 노사대립을 겪고 있는 한국네슬레의 공장 철수 검토 발언을 계기로 주한 외국기업의 '탈(脫) 한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연 외국 기업들의 '엑소더스'가 시작되는 것일까.
노사문제는 상대적 변수 올들어 국내 기업의 노사분규가 급증, 외국기업의 노사분규도 늘어난 것은 사실. 외국기업의 노사분규는 지난달 말까지 27건으로 지난해 전체 발생건수(26건)를 넘어섰고, 이 가운데 7개 업체는 직장폐쇄를 단행하기도 했다.
노사문제는 분명 투자대상국으로서 매력적이지 않은 요인. 최근 노사분규를 겪었던 한국테트라팩 관계자는 "노사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신규투자는 힘들 것"이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른 노사관계 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BAT코리아 존 테일러 전 사장은 최근 이임회견에서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다. "회사의 성장은 전적으로 최선을 다해준 한국 직원들 덕분이었다. 평소 회사가 노력한다면 왜 강성노조가 생겨나겠는가."
결국 노사문제는 절대적 변수가 아닌 상대적 변수라는 이야기. 실제로 볼보건설기계코리아, 한국후지제록스,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등 착실한 성장을 하고 있는 외국 기업들은 한결같이 '열린 경영'을 통해 노사화합에 힘써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엇갈리는 명암 국내에 외국기업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997년 4,419개에 불과했던 외국기업은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에 따라 시장을 열자 쏟아져 들어와 지난해에는 무려 1만2,909개로 늘어났다.
한국에 들어온 외국 기업들 중에서는 선진적인 마케팅 기법과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순식간에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는 성과를 거둔 기업도 있지만, 일부 기업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에 어울리지 않게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유통. 영국계 유통업체 삼성테스코는 철저한 한국식 경영으로 토종업체 롯데마트를 누르고 2위로 올라섰지만,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현지화 실패로 토종 업체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어디에나 완벽한 기회의 땅은 없는 법"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한국으로 몰려들었던 외국 기업들의 명암이 엇갈리면서 자연스럽게 마케팅 전략이나 투자계획을 수정하는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투자환경 조성 '동북아 경제중심' 구축을 목표로 마음껏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투자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참여정부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외국인 투자는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투자여건이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방증.
하지만 주한 외국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여전히 한국 시장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스카니아코리아 관계자는 "추가 투자를 통해 한국을 아시아의 생산기지로 키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도 청주공장 시설 현대화에 나서는 등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고, 한국얀센도 최근 한국을 아시아 생산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MS 관계자는 "전략적 변화는 있더라도 주한 외국 기업들이 쉽게 한국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섣불리 이탈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이미 들어온 기업이 성장하고 새 기업을 끌어 들일 수 있도록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김중석기자 j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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