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질문이 많다. 어느 미국 영화의 주인공은 스타벅스를 일컬어 "커피 한 잔 시킬 때마다 자기 정체성을 생각하게 되는" 커피숍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정말이다. 카페인이냐 디카페인이냐, 뜨거운 거냐 차가운 거냐, 작은 거냐, 큰 거냐, 아니면 왕창 큰 거냐. 여기서 마실 거냐, 가지고 갈 거냐. 머그컵이냐 종이컵이냐, 마일리지 카드는 없느냐, 혹시 케이크는 안 먹느냐, 묻고 또 묻는다. 손님들은 그때마다 대답을 해야 한다. 일단 그 자리에 선 이상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스핑크스의 질문인 것이다.그래서 단골들은 자주 먹는 것을 정해놓는다. 그래야 직원의 날카로운 질문에 진땀을 흘리지 않는다. 그러지 않고 뭐 좀 새로운 거 하나 마셔볼까 생각하면 허둥대게 된다. 음, 어, 네, 아, 그래요, 음, 네, 얼마요? 아, 네. 이런 대화를 하고 옆으로 이동하여 기다리면 내가 주문했다는 커피를 받아 들게 되는데 도대체 왜 이 커피를 주문하게 되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내가 마시려던 커피가 정말 이 '아이스 화이트 프라푸치노 톨 사이즈'였단 말인가? 혼란스럽지만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는 게 미국식 삶의 요체다. 다 마신 후에 빈잔을 반납하는 것도 손님의 신성한 의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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