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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어릴적 읽던 그때 그책 자녀와 함께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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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어릴적 읽던 그때 그책 자녀와 함께 읽어보자

입력
2003.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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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 미제라블/빅토르 위고 지음. 하서출판사·혜원출판사● 집 없는 아이 /엑토르 말로 지음. 궁리

● 작은 아씨들/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대교출판·신원문화사·창작시대

● 보물섬/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대교출판·새움·창작시대

● 왕자와 거지 /마크 트웨인 지음. 대교출판·시공주니어

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서서히 말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집에 오면 제 방에 들어가 버리거나 이어폰을 끼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말을 건네려면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툭툭 어깨를 쳐서 눈을 맞춘 다음 시작해야 했다. 직접 대화를 할 수 없었던 나는 슬슬 탐정이 되어갔다. 무슨 책을 읽는지, 어떤 음악을 듣는지, 컴퓨터로 무얼 하는지 염탐하고 심지어 책상 정리를 안 하는 것도 야단치지 않았다. 내가 치우면서 아이 생활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들은 용돈을 모아 '바람의 검심' '열혈강호' 같은 만화와 '드래곤 라자' '퓨처 워커' 같은 판타지 소설을 사 모으고 김경호, 박완규 같은 록 가수의 CD를 사들였다. 나름대로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그 만화를 읽어보았지만 내 영혼이 쏙 빠져 들어가는 듯한 희열을 맛볼 수는 없었다. 한때는 나도 록 음악에 심취했었으나 딥 퍼플이나 레드 제플린하고는 또 달랐다. 이제 아이와 공통의 관심사는 없어진 건가, 우울해질 즈음 인터넷 음악 사이트에서 받아놓은 한 노래가 천국으로 가는 계단처럼 내 앞에 짠 하고 나타났다. "흠, 네가 이런 노래를 듣는단 말이지." 난 희망에 부풀어 콧노래를 부르며 당장 이글스와 퀸의 음반을 사서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에 '호텔 캘리포니아' 를 틀어놓았다. 아들의 마음과 연결될 통로를 발견했다고나 할까. 그 후로 아들과 나는 서로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들려준다. 각자 좋아하는 가수나 음악가는 다르지만 감성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던 것이다. 곧 추석이다. 핵가족으로 살던 사람들이 잠시 대가족으로 돌아가는 때이다. 차례를 지낸 후, 또래끼리 또는 남녀로 나뉘어 놀기보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기록을 통한 과거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 멀리는 몇 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조상이 남긴 그림이나 글씨, 가깝게는 부모의 졸업장이나 일기들. 그런 것을 모아두지 않았다면 책 이야기를 해도 좋겠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읽는 '작은 아씨들'이나 '보물섬' '왕자와 거지' 같은 작품과 이원수, 마해송, 강소천의 책을 부모도 읽었다는 걸 알면 흥미롭게 느낄 것이다. 또 할머니, 할아버지는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아, 무정', '집 없는 아이'는 '부평초'라는 제목의 번안소설로 읽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만약 집에 옛날 책이 있다면 먼지를 털고 아이들과 같이 보자. 깨알 같은 글씨와 누런 종이, 세로쓰기로 된 책에서 책의 변천사를 한 눈에 볼 것이다. 각자 생각나는 장면이나 구절, 좋아하는 등장인물 등 책에 대한 대화를 하다보면 평소에는 몰랐던 식구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대를 이어주는 공감대가 생기지 않을까.

/대구 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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