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돌아온 모교지만 마치 친정에 온 것처럼 푸근하네요." 이화여대의 금혼학칙 폐지로 반세기 만에 국문학과에 재입학한 정옥희(72·수필가·사진)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새롭다. "개강일인 1일 첫 강의를 들으러 강의실에 들어설 때 어찌나 설레던지…. 한동안 쑥스러워 맨 뒷자리에 앉곤 했는데 한 주를 보내고 나니 이제는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요."재입학 허가를 받고 나니 공부욕심이 절로 나 필수과목인 '중급일본어' 외에 문학관련 두 과목을 더 신청했다는 정씨는 "칠십 평생 동안 졸업장을 따지 못한 게 계속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제 소원을 풀게 됐으니 열심히 공부해 볼 작정"이라며 20대 못지않은 의욕을 보였다. "제가 수강한 과목의 강사님이 제 대학동기가 가르친 제자더라구요. 51학번인 제가 대학동기의 제자의 제자와 같이 공부하는 셈이잖아요. 학생들도 어찌나 예쁘던지…."
1955년 졸업을 한 학기 남겨놓고 결혼했다는 이유로 학교를 그만둬야만 했던 정씨는 한동안 교편을 잡다 77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 의류사업을 하며 세 딸을 모두 성공한 이민 2세로 키워낸 정씨는 이후 수필가로 활동하며 못다 이룬 문학의 꿈을 펼쳐나갔다. 이미 두 권의 수필집을 낸 이름난 수필가이자 재미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예전에 배웠던 문학교과서 내용들이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되는 것을 보니 너무나 신기했다"며 "캠퍼스의 지적인 분위기에 흠뻑 젖어 모든 것을 새롭게 배우는 기분"이라고 즐거워했다. 가족들과 떨어져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정씨는 "재입학을 적극 응원해준 딸들이 가장 큰 힘이 됐다"며 "하지만 벌써 가족들이 보고 싶어져 큰일이네요"라며 애틋한 그리움도 언뜻 내비쳤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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