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석 지음 창작과비평사 발행·9,500원"그들이야말로 고아보다 더 고아가 아닌가요. 이 세계가 이 지경인 동안은."
최인석(50·사진)씨에게 세계는 타락한 곳이며, 그는 소설을 통해 세상을 구원할 '무엇'을 간절하게 꿈꿔왔다. 여덟 번째 장편소설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도 그 소망이 담긴 작품이다.
소설의 화자 심우영은 세상이 추악하다는 사실을 태어나기 전부터 알아버린 사내다. 술주정뱅이 어머니에게서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자랐다. 머리가 굵어져서는 미군 나이트클럽으로 흘러 들어가 밀매와 대마초, 혼음에 빠졌다. 사람을 죽였다. '이 지경'인 세상 반대편에 무엇이 있을까.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현실의 대척점에 비현실을 놓는다. 남자에게 위기가 닥칠 때마다 나서서 보호해주는 '밥어미'의 존재다.
'열고야'라는 나라에서 온 스파이라는 이 여자는 지구 반대편에까지 우물을 파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밥어미'가 자신을 대신해 죽는 데 감동 받고 남자는 '밥어미'의 믿음을 따라 평생 살기로 한다.
소설 속 배경은 유신시대부터 1980년대 초 군부독재에 이르는 시기다. 최인석씨의 다른 많은 소설이 머무르고 있는 연대이다.
작가가 보기에 그 고통스러운 상처의 시간은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세계를 붙들고 있다. 그리고 구원은 아직 현실 너머에 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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