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몸을 다친 54세의 옛 식당주인이 있다. 사고 후 그는 빈민 보조금 수혜자로서 40세 된 아내와 멋진 30평짜리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복지청은 집세, 가구, 의복, 텔레비전, 전화통화 기본료, 체중감량 비용에다 1년에 최소한 3주간 아내를 동반한 해외여행 비용까지 준다. 이 남자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사고 당시 요도를 다쳐 발기불능인 그가 14세 연하의 아내와 정상적 생활을 위해 매일 한 알의 비아그라를 요청하자 복지청이 이를 거절한 것이다. 비아그라는 보조약물이지 필수 치료제가 아니라는 복지청 주장에 이 남자의 변호사는 비아그라가 그의 행복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맞선다. 이것이 독일에서 빈민 보조의 개념이다.64세의 한 빈민구호 대상자는 미국 플로리다 해변의 월세 100만원이 넘는 안락한 별장에서 살고 있다. 물론 이 월세는 그의 고향 하노버 복지청이 낸다. 복지청이 더 이상의 월세 지불을 거절하자 이 남자도 소송을 냈다. 하노버 행정법원은 복지청이 계속 월세를 지불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 남자에게도 한마디 했다. 빈민보조금 수혜자답게 검소한 집을 찾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자 그는 다시 항소했다. 우울증 때문에 독일이 아닌 외국에, 그것도 일조량이 충분한 플로리다에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는 주치의의 말을 내세웠다. 결국 항소심은 그가 일조량이 많은 미국 남부에 다른 집을 찾을 때까지 복지청이 계속 월세를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흥미로운 것은 빈민들이 보조금 시비로 소송을 낼 때 사실상 모든 소송비용은 나라가 부담한다는 사실이다.
복지국가 독일이 좌초하고 있다. 이 좌초는 호화유람선의 파선처럼 장엄한 광배를 드리우며 여유만만한 토론, 엄살과 교태 속에서 우아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사실 이곳 독일에 절대성역이 있다면 그것은 '개인의 행복'이다. 윤락도 정식 직업으로 인정돼 회사원처럼 갖가지 수당이 보장돼 있고 동성애자들은 법적 결혼이 인정된 후 이성 부부처럼 아이를 입양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투쟁 중이다. 이 모두가 개인의 행복이라는 절대 성역에 대한 경의에서 출발한다.
이 와중에 '빈민보조금 수혜자의 권리'라는 책이 출간돼 25만부나 팔려나갔다. 한 교수가 쓴 이 책 속엔 빈민이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모든 권리와 비결이 담겨있다. 가난할 수는 있어도 굶어죽을 수는 없는 나라,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가장이 되어 끔찍이도 국민을 돌보는 이 무섭도록 책임감 강한 나라도 빈민보조금 수혜자가 플로리다 해변 별장에 살겠다고 우겨대고 매일 비아그라까지 사 달라고 요구하는 지경이 되자 울상이다. 하긴 지난 학기 라이프치히대 학생들은 강의가 비는 시간에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당당히 요구했다. 이만하면 복지국가 독일이 좌초할 시간도 됐다. 유족한 빈민들의 당당함, 그것이 독일이 앓고 있는 '복지 중독'의 한 증상이다.
강 유 일 독일 라이프치히대 강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