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강화방안'을 발표한 지 불과 4일 만에 다시 재건축 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은 것은 세제만으로는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임을 자인한 셈이다. 실제로 정부가 올들어 부동산 투기지역 확대, 단기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강화, 종합부동산세 신설 등 각종 대책을 잇따라 쏟아냈지만 이를 비웃듯 집값은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 대책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최근에는 1주일새 서울 강남과 목동, 경기 분당 일산 등의 아파트값이 5,000만∼1억원 가량 폭등하는 등 '강남발 집값폭등'이 제어불능 상태로 치닫는 양상이다. 때문에 재산권 침해논란에도 불구, 재건축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초강도 대책을 내놓은 것은 정부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은 "9·5대책은 정부가 단기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며 "추가로 판교 신도시에 강남의 명문 중·고교와 우수 학원을 유치하고, 대형 아파트 공급을 늘릴 경우 강남에 몰리는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부동산 투기를 뒤쫓기에 급급한 땜질식 미봉책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강남북 균형개발, 지역간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는 교육제도의 개선, 실거래가 과세원칙의 확립 등 범정부 차원의 투기와의 전면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재건축 아파트 수익성 급락 전망
부동산 업계에선 정부의 이번 조치가 강남 재건축 추진아파트의 수익성을 급격히 떨어뜨려 가격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평형 비율이 높을수록 개발이익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재건축 추진아파트의 미래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최근 안전진단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14개 단지의 경우 소형평형 의무비율이 20%에서 60%로 높아지면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가구 수가 당초 계획인 16%에서 57%로 확대된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강남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가 대략 5만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2만가구가 순수히 늘어 6만∼8만명을 추가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합원 분양권 전매금지도 시장에 매물 홍수를 부를 전망이다. 조합설립 인가 이후 최소 5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 현실을 고려할 때 가수요성 투기자들이 고가의 분양권을 장기간 보유하기 보다는 내년 초 대책 시행 이전에 처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교육 불균형 해소 등 장기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것은 정부가 단호한 집값 안정 의지를 시장에 주지 못한 채 집값이 오를 때 마다 그때 그때 뒷북 처방을 내놓은 식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대부분의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설립 인가 이전부터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인가 이후부터 전매를 금지하면 이전 단계의 가격상승이 더 가파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시중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 외에는 갈 곳이 없는데 강남 집값을 무슨 수로 잡느냐"며 "부동자금을 유인할 수 있는 투자처를 개발하고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 중과세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 관계자도 "세금으로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었으면 '강남 불패(不敗)' 신화는 벌써 끝났다"며 "강남 집값은 최상의 교육 여건, 특수한 공동체 심리, 중산층의 상징이라는 심리적 요인들이 떠받치고 있어 향후 시장 움직임을 점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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