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와 싸우는 스님에게 작은 도움을 주려고 자비를 털어 헌정음반을 제작했는데 그만 추모음반이 되고 말았네요."전남 강진 남녘교회 임의진(37·사진) 목사가 간암으로 투병하던 광주 증심사 일철스님을 위해 사랑의 음반을 냈다.
'산'(리버맨뮤직)이란 제목에 '무등산 & 일철스님 헌정음반'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음반에는 임 목사가 직접 부른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 존 레넌의 '이매진' 등 13곡의 노래가 실려 있다. 일철 스님이 미국 워싱턴 법주사 주지 시절부터 좋아했던 노래들이다.
이 음반에는 부제가 말해 주듯 임 목사와 일철 스님간의 애절한 사연이 담겨있다. 임 목사는 종교의 벽과 띠동갑이라는 12살의 나이 차를 초월해 우정을 나눈 일철 스님의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음반을 내기로 결정했다. 스님이 평소 좋아하던 음악도 들려줄 겸 수익금으로 치료비라도 보탤 겸 음반작업을 한 것이다. 그러나 간암판정을 받고 병마에 시달리던 스님은 임 목사의 지극한 정성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6일 법랍 28년, 세수 48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임 목사와 일철 스님간의 인연은 각별했다. 1995년 서울에서 강진으로 삶의 터진을 옮긴 임 목사와 지난해 증심사 주지로 부임해 무등산환경보호 운동에 앞장서던 일철 스님은 처음 대면하자 마자 마음이 통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생명과 환경을 생각하는 종교인 모임'을 결성하고 매달 증심사 문화마당에서 '무등산 풍경소리'라는 산사 음악회도 열었다. 임 목사는 산사음악회에 사회를 맡았고 일철 스님은 무등산 지킴이로서 뜨거운 법어를 쏟아냈다.
임 목사는 현재 남녘교회에서 30명 남짓한 할머니들과 함께 일요일에는 예배보고, 평일에는 농사짓는 시골 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시와 수필을 쓰면서 환경운동을 벌이고 있다. '참꽃 피는 마을' '종소리' 등의 수필집을 냈으며 올 초 여러 가수들의 노래를 모은 '여행자의 노래'라는 컴필레이션 음반을 출반해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노래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산'을 만들었는데 정작 노래를 들어줄 친구는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는 임 목사는 요즘 매일 한차례씩 무등산쪽을 바라보며 돌아간 친구를 생각한다.
/강진=김종구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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