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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서 돋보기]복권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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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서 돋보기]복권의 역사

입력
2003.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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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니버트 지음·신기섭 옮김 필맥 발행·1만2,000원올 1월 말 설 연휴를 앞두고 로또 광풍이 일었다. 대박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판매소 앞에 길게 줄을 섰고, 로또 관련 이야기가 새해 인사의 주요 메뉴였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어떨까. 한 편의점이 20·30대 4,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가위 보름달을 보며 빌고 싶은 소망을 조사한 결과, 복권 당첨이 압도적으로 1위였다. 그만큼 복권은 어느 새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 들었다. 하지만 복권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저 한 번 당첨되면 인생 역전이 가능하다는 정도다.

이 책은 복권의 역사에서 출발해 우리에게 복권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살피고 있다. 근대적 복권은 16세기 중반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국가 재정 유지를 위해 허용한 이후 자본주의 전개 과정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자본주의 초기 신흥 부르주아의 상업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도입된 복권은 20세기 들어 은행 등 훨씬 더 우수한 자금조달 기관이 발달함에 따라 쇠퇴했으나 점차 교육 보건 사회간접자본 등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 조달을 위해 다시 등장하게 됐다.

미 위튼버그대 교수인 저자의 복권에 대한 입장은 비판적이다. 복권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복권은 역진적 과세제도이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불리한 것이 명백하다. 그런데도 미국 각 주 정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같은 계층을 복권의 집중 공략 목표로 삼고 있으며, 복권을 조장하는 과정에서 '부를 얻는 것은 누구나 가능한 일이며 경이롭고 유별난 경험'이라는 관념을 퍼뜨려 부자와 빈곤층이 공존하는 현실을 정당화한다.

부자들이 복권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구입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1달러와 꿈 뿐'이라는 광고 문구보다 더 매혹적인 것은 없다. 복권 수익금이 사용되는 곳은 정부가 세금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복권이 부유층이 부담해야 할 부분을 서민들에게 떠넘기는 것인가, 아니면 저소득층이 경제적 고통에서 일시에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의 창구인가라는 논란은 그래서 쉽게 결판이 나지 않는다. 번역자 보론인 '한국의 복권 현황과 문제점'은 우리 현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상 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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