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지원을 받은 아프가니스탄군 1,000여명이 아프간 남부 산악지대에서 탈레반 병력과 일주일 동안 전투를 벌여 124명의 탈레반 병력을 사살했다고 아프간 관리가 4일 밝혔다. 미군 특수부대까지 동원된 이번 작전은 좀처럼 보기 힘든 대규모 작전이었다. 산악지대에 모여 있던 탈레반은 적게는 300명부터 정부군과 비슷한 규모였다는 얘기도 있다. 미군과 아프간군 사상자도 다수 발생했다.미군은 최근 들어 부쩍 활발해진 탈레반의 기를 꺾었다며 이번 전과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오히려 반대다.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 카에다의 근거지라는 이유로 미국이 아프간 탈레반 정권을 공격한 것은 2001년 10월. 이후 2년이 흘렀지만 아프간 주둔 미군은 아직 알 카에다를 궤멸시키기는커녕 탈레반 반군으로부터 끊임 없는 게릴라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전시나 다름 없는 대규모 전투가 아프간에서 아직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아프간 전쟁이 아직도 진행형이며 미국은 갈수록 깊은 수렁에 빠져들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오랜 전투 및 현지 주민과의 마찰로 1만 명에 달하는 아프간 주둔 미군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것은 새롭지도 않은 사실이다. 여기에 8월 중순 이후 아프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전은 탈레반 정권 붕괴 후 가장 치열한 규모여서 미군을 긴장시키고 있다. 탈레반 세력이 알 카에다와의 협력을 통해 조직을 재결성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이라크 문제만으로도 속앓이를 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아프간에 더 신경 쓸 여력이 없다.
1979년 아프간을 침공, 친소 정권을 수립했던 옛 소련은 10년에 걸친 반군과의 대결 끝에 결국 철수했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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