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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낙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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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낙타 여행

입력
2003.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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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르 모노 지음·이재형 옮김 웅진닷컴 발행·1만2,000원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은 지구에서 가장 큰 사막이다. 면적 800만㎢, 동서로 5,600㎞, 남북으로 1,700㎞나 된다. 흔히 불모의 땅으로 여겨지는 그 곳이 프랑스 지성 테오도르 모노(1902∼2000)에게는 하나의 철학이자 사유의 근간이었다. '사막의 순례자', '최후의 박물학자'로 불리는 그는 스물 한 살에 처음 사하라 사막에 발을 디딘 이래 94세 때의 마지막 사막 여행까지, 평생 사막을 걸었다. 사막은 그에게 과학적 탐구의 대상일 뿐 아니라 삶을 퍼올리는 철학의 우물이 됐다. 처음에는 동물학자였지만 사막을 따라가면서 생명과 역사의 흔적을 찾다 보니 식물학자도 되고 지질학자도 되고 인류학자도 되고 고고학자도 됐다. 사막에서 얻은 지식과 사유는 그를 환경주의자, 평화주의자로 만들었다.

'낙타여행'은 1937년 처음 나온 테오도르 모노의 대표작으로, 사막 탐사 3부작 중 첫 번째다. 책은 1923년의 첫 사막여행 이야기로 시작한다. 프랑스 자연사 박물관의 조교로 아프리카 서부 모리타니의 사하라 해안에서 어족 자원을 연구하던 그는 프랑스로 돌아가는 길에 사하라를 건너는 낙타 행렬에 끼게 된다.

이 책은 사하라의 낯선 풍경과 사하라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역사의 편린과 지구의 장구한 역사,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 천년 전 거대한 호수가 있고 수풀이 우거졌던 사하라의 모습을 추적하는 그의 발길을 따라가는 것은 즐거운 모험이다.

올해 2월에 국내 출간된 그의 또 다른 책 '사막의 순례자'(현암사 발행)가 그의 구도자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 달리, 이번 책은 젊은 시절 유쾌한 탐사자로서 그의 학자적 역량을 드러낸다. 우리는 거대한 운석과 고생대 생물의 화석을 찾아 사막을 건너는 원기왕성하고 유머 넘치는 젊은 학자를 만나게 된다. 철학적 성찰과 시적인 감성이 빛나는 그의 글은 이 책의 13개 장 중 제 1장에서 가장 도드라진다. 한줄 한줄 아껴가며 읽고 싶은, 마술적 매력을 지닌 문장이 황홀할 지경이다.

그렇다고 그가 사막의 냉정함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사막은 결코 값싼 낭만이나 감상을 허락하지 않는 곳임을 강조하면서, '확실하게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법'을 거기서 배웠노라고 말한다. 사막의 세찬 모래 바람에 씻기고 한낮의 잔인한 햇볕에 달궈진 그의 지성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쭐대는 인간이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를 절감하며 겸손을 다짐한다. 사막에 대한 폭 넓은 지식 뿐 아니라 사막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귀중함을 일깨우는 책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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