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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바다를 방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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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바다를 방랑하는 사람들

입력
2003.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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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다 드뤼케 지음, 장혜경 옮김 큰나무, 9,800원집이 아늑하면서도 동시에 부자유스러운 것은 땅에 뿌리 박고 있기 때문이다. 집은 집착을 낳는다.

'바다를 방랑하는 사람들'은 평생을 작은 배 한 척에 몸을 싣고 바다에 사는 '바다 유목민'의 생활을 다큐멘터리처럼 묘사한 책이다. 섬이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인도네시아. 섬만큼이나 다양한 종족 가운데 '바조족'이 있다.

이들은 작은 지붕이 달린, '소페'라 불리는 작은 배 한 척에 몸을 싣고 간단한 가재도구만을 갖춘 채 평생 바다를 유랑한다. 중국이나 홍콩 상인들에게 해삼이나 물고기를 팔고 그것으로 식량을 마련하지만, 육지에 머무는 시간은 아주 짧다.

그들이 육지를 두려워 하는 것은 육지에는 귀신과 질병이 우글거린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더 깊숙이 들어가보면 그들을 바다에 살게 하는 것은 욕망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바조족이 가장 탐내는 물건은 모터보트지만, 그 보트가 기름을 먹는다는 사실을 아는 그들은 그 보트조차 사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모터가 우리의 보스가 되어 버려요." 그들의 부유(浮遊)하는 삶은 진정 내적으로 부유(富裕)하다.

이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정부가 '바다 유목'을 인정하지 않고 이들의 정착 계획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 모순에 빠져 있어요, 내가 갖고 싶어하는 것, 즉 독립적인 삶을 그들에게 포기하라고 설득하고 있으니까요"라는 한 공무원의 말은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증명한다. 독일 여류 사진작가의 사진과 담담한 진술이 맛깔스럽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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