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부터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5차 각료회의를 앞두고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과 중국·인도를 앞세운 개발도상국간의 장외(場外) 기선 잡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농업, 비농산물(공산품), 서비스 등 주요 부문에서 각국마다 물밑 접촉을 벌여 동조세력 확보에 나서는가 하면, 미국이나 EU 등은 상대방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선전전을 펴고 있다.
5일 외교통상부와 농림부 등에 따르면 농업부문에서 지난 3년간 대립해온 미국과 EU가 지난달말 대타협을 이룬데 이어 일본마저 최근 미국-EU 진영에 가담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농업협상에서 EU, 일본과 공조하던 우리나라의 입지가 크게 약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선진국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개도국들도 인도와 브라질 등을 중심으로 유례없는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WTO 회원국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하는 개도국 진영은 선진국으로부터 특허 의약품의 저가 수입 허용 등 실리를 챙긴데 이어 칸쿤 회의에서 공산품 관세나 보조금 등에서 추가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공조강화를 선언했다.
상대방의 힘을 빼기 위한 교묘한 여론조작과 홍보전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9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국내 일부 언론만을 상대로 "농업부문에서 한국의 개도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흘리는 등 농업부문에서 유일하게 미국에 맞서는 한국에 대한 본격 견제에 나섰다.
칸쿤 회의에서 농업부문 협상을 총괄하는 허상만 농림부 장관은 "협상 여건이 우리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지만, 상황에 따라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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