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효 지음 넥서스BOOKS 발행 1만2,000원가뢰라는 곤충은 동작이 어찌나 빠른지 사냥을 하려고 달려나가면 아무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뒤쥐라는 동물은 신진대사가 너무 빨라 끊임없이 이가 닳고 털이 빠져 2년 이상 살지 못한다. 이 동물들은 너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을 닮았다.
소설가 안정효(62)씨는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는다. 손목시계도 차고 다니지 않는다. 휴대폰도, 신용카드도 없다. 그는 사람들보다 한참 뒤에서, 느리게 간다. 그런데 그의 발걸음은 여유롭다. 그보다 훨씬 앞서 간 사람들은 숨차게 달려간다. 살기 위해서 뛴다는 사람들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숨을 몰아 쉰다.
안씨의 산문은 가뢰와 뒤쥐같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사람답게 살기의 미덕'이다. 쫓기듯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사느냐고 물어보면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라고 답한다.
대개 하루 세 끼 챙겨 먹는 게 벅차지 않은 이들인데 왜 그렇게 답할까. "하루 세 끼 먹고도 남는다면 더 이상은 고생을 해가면서 돈을 벌 필요가 없다는 해답을 얻을 때까지 나는 별로 많은 계산이 필요하지 않았다. 먹고도 남을 정도로 돈을 버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안정효씨와 같이 느리게 걷기가 수월치는 않겠지만 한번쯤 멈춰 서서 숨고르기를 하는 것도 좋겠다. 그의 말처럼 꽃 이름 하나를 좀 늦게 알았다고 해서 인생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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