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창우 지음 보리 발행·9,000원요새도 동요를 부르는 아이들이 있나. 그런 질문에 잠시 고개를 갸우뚱할 만큼 동요는 요즘 아이들과 거리가 멀다. 아이들은 동요는 시시하고 재미없다며 대중가요를 더 많이 부른다.
가수 겸 작곡가 백창우(44·사진)는 '아이들에게 아이들 노래를 돌려주자'고 말한다. 그는 20년 가까이 아이들 노래를 만들어 왔다. 어른의 잣대로 만든 것 말고, 아이들 삶과 마음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진짜 아이들 노래를 만들어서 함께 부르면, 그래서 아이들이 행복해지면, 더 좋은 세상이 올 거라는 믿음으로. 그 동안 여섯 권의 동요집을 냈다. 그가 만든 아이들 노래는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지만 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기 짱'은 '딱지 따먹기'다. '딱지가 홀딱 넘어갈 때/나는 내가 넘어가는 것/같다'로 끝나는,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의 시에 붙인 노래다.
'노래야, 너도 잠을 깨렴'은 그가 아이들 노래를 만들면서 해온 생각을 보여주는 책이다. 아이들 노래는 어떠해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아이들 노래를 돌려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마주 앉아 이야기하듯 조근조근 들려준다. 방정환 이원수 윤석중 윤복진 윤동주 권태응 이오덕 권정생 이문구 임길택 김용택까지 우리 시대 대표적 작가들의 시로 곡을 만든 이야기로 시작해 전래동요 이야기도 푸짐하게 풀어놓았다. 교과서 노래를 비롯한 학교 음악교육의 문제점과 방송국 창작동요제의 천편일률적 노래에 대한 비판도 들어있다.
그는 아이들 노래는 아이들 노래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개구리가 '끼꿀끼꿀' 울고, 강아지가 '출렁출렁' 뛰어가고, 봄이 '버떡' 오기도 하는, 아이들 말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노래, 우리말의 맛과 리듬이 살아있어 '조선 오이처럼 좀 못생겨도 맛있는' 노래다. "뻔하디 뻔한 동요, 고인물처럼 한군데만 머물러 있는 동요, 아이들의 삶도 마음도 생각도 느낄 수 없는 있으나마나 한 동요는 이제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음악교육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음악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악보대로 부르고 발성법을 따지기보다 좀 투박하더다도 아이들이 즐기면서 부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노래 못하는 아이들은 없다고,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즐길 권리가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왜 노래가 중요할까.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아름다운 노래에는 아름다운 마음을 꽃피울 작은 씨앗이 들어있고, 아름다운 마음은 아름다운 세상을 꽃피울 고운 씨앗"이라고. 그러면서 덧붙인다. "좋은 부모, 좋은 선생님은 아이들 마음밭에 씨앗을 뿌리는 사람, 아이들에게 널찍한 멍석을 깔아주고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아이들 노래를 만들 때 가장 행복하다"는 백창우. 어린이노래 모임 '굴렁쇠'를 만들어 함께 뒹굴면서 노래를 부른 지 벌써 20년, 어린이 노래 음반사 '삽살개'도 차려서 꾸리고 있다. 어른들은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 '나이 서른에 우린'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햇볕 한 줌 될 수 있다면' 등 히트곡의 작곡가로도 그를 기억한다.
그러고 보니 그는 아이들 마음밭에 노래 씨앗을 뿌리는 부지런한 농부다. 철학자 윤구병은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 "백창우는 참 욕심 많은 넘이지. 간날갓적, 저 까마득한 옛날옛적 우리 할배 그 할배, 우리 할매 그 할매들 홀랑 벗고 놀던 어릴 적 노래부터 시심 많은 여러 작가들의 유산까지 고스란히 물려받아 죄다 노래로 바꾸었지. 아이들 노래로 바꾸어 노래 창고에 쌓아 놓았지. 천석꾼 부럽지 않은 알부자가 되었지. 떼부자가 되었지."
책에서 백창우는 약간의 수줍음조차 느껴질 만큼 얌전한 말투로 일관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한 깊은 생각이 단단하게 박혀있다.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깨끗해지는 것이 윤구병의 말처럼 '참 맑은 물살 같은 책'이다. 교사와 부모들에게 주저 없이 권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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