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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경제 죽이는 개혁은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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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경제 죽이는 개혁은 피곤하다

입력
2003.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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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한지 6개월이 지난 노무현 정부에 대해 여러 측면의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노 대통령의 지지도는 눈에 띄게 하락했고 지난 반년간의 국정수행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그 중에서도 특히 경제분야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평가점수는 매우 낮다. 올 2·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1.9%로 하락했으며,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요즘의 경제난이 지난 IMF위기 당시보다도 더 심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체감경기가 더욱 악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경제난의 주요 원인으로 먼저 노사문제를 꼽을 수 있다. 인권운동의 경험이 있는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과거와는 달리 노사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처럼 원론을 내세운 정부의 방침은 기업들의 반발을 야기하고 강성노조의 출현을 초래하여 큰 혼란을 불러왔다. 그 결과, 물류업계의 파업을 비롯하여 지난 반년동안 빈번했던 노사분규는 국가경제에 큰 피해를 주었다.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강경한 노동문제가 한국의 또 다른 위기요인이고 노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한국경제에 장기투자를 꺼리는 외국투자자들에 대해 언급하였다. 이는 노사문제가 IMF위기 이후 어렵게 쌓아온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를 뒤흔드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분배'에만 치중할 수 없는 우리 경제의 현실을 직시하여 노사문제에 대해 보다 원칙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물론 자율적인 대화와 타협이 이상적인 해결 방법이지만 현재 강경한 노조파업과 이에 대해 속수무책인 기업에게 대화와 타협만을 요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정부는 불법파업에 대해서 엄중히 대처해야 한다. 정부는 잘게 부스러진 '수많은 파이조각'보다 '커다란 파이'를 만드는 것이 우리 경제의 목표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부처의 비효율적 운영 및 일관성 없는 정책집행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결과를 낳았다. '정치대통령'이 아닌 '정책대통령'으로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목표로 한 노무현 정부는 출범이후 분배와 성장의 조화를 이루는 정책을 추진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정부부처간의 갈등과 마찰은 장기적 국정과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커다란 걸림돌이 되었고, 각 부처가 국정과제 해결에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이로 인해 발표된 정책은 상황에 따라 자주 변했고, 이에 따라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합리적 기대학파의 거두인 루카스(Lucas) 교수는 '정부의 정책이 불안정하면 정책의 효과가 없다'는 '정책무용성 명제'(政策無用性 命題)를 주장한 바 있다. 즉, 상황논리에 따라 정책을 수시로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일관된 정책을 집행할 때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 6개월간의 행적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민생을 살펴야 할 정부가 언론기관과 싸우느라 힘을 낭비해서는 곤란하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려운 이유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의와 적극적 참여가 유발될 때 비로소 성공적인 개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대통령이 경제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우리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의 상황에서 최선의 정책은 사회저변에 깔린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고 기업투자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경제를 살리지 못하는 개혁은 국민들을 피곤하고 고달프게 만드는 법이다.

조 하 현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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