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근무제'시대가 열림에 따라 각 종교의 신앙 형태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특히 일요일을 안식일로 지켜온 개신교와 천주교는 신자들의 동향을 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개신교 교회들은 주 5일 근무제를 오래 전에 도입한 선진국들처럼 '주일 성수(聖守)'원칙이 깨지고 일요 예배에 출석하는 신자들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예장 합동 등 보수교단은 '주 5일 근무제'가 '6일 동안 일하고 하루는 쉬라'는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된다며 일요일에 꼭 예배를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열린 예장 합동의 공청회에서 총신대 이상원 교수는 "주 5일 근무제는 주일성수를 약화시키는 촉매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안식일을 준수하도록 신자 교육을 강화하는 것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반면 예장 통합이나 기장 등 진보교단 소속 교회는 예배일을 금요일이나 토요일로 옮겨도 된다는 입장이다. 이미 일부 교회는 주 5일 근무제가 논의되기 시작한 수년 전부터 주말 휴가를 떠나는 신자들을 위해 금요일이나 토요일 예배를 신설했거나 그럴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 구로동 갈릴리 교회는 지난해 7월부터 금요일 오후 7시30분 예배를 신설했으며, 서울 안국동 안동교회는 토요일 오후 5시 예배를 주일 1부 예배로 인정하고 있다. 또 서울 연지동 연동교회는 내년쯤 금요일 저녁 예배를 신설할 계획이다. 이 교회 이성희 목사는 "우선 주말 가족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교인의 30% 정도가 주 5일 근무를 하게 될 때쯤에는 금요일 예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에 신자들을 잡아두기 위한 전원교회, 주말교회 등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순복음교회가 내년에 파주 수련관을 준공하는 등 중대형 교회는 주말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휴양지에 펜션과 교회를 접목한 '펜션 교회'등 새로운 형태의 교회도 생길 전망이다. 한편 주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소형 교회는 중대형 교회에 신자들을 빼앗기지 않을까 우려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가 주말에 신자를 잡아두는 것은 오히려 '영적 피로'를 가중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의용 교회문화연구소장은 "신자들을 토요일에도 교회에 끌어들이면 일주일 내내 쉬는 날이 전혀 없게 돼 신앙적 병리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일선 본당의 의견을 수렴중이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이제는 사제들이 성당에 앉아서 찾아오는 신자들을 상대해서는 교회가 텅텅 비게 될 것"이라며 "충남 보령 대천 해수욕장의 요나 성당처럼 사제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 미사를 드리는 방향으로 사목 방향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의견 수렴이 되는대로 주 5일 근무제에 따른 사목 지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불교계는 주말에 산사를 찾는 이들이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보고 현재 20여 개 사찰에서 실시하고 있는 주말 산사체험 프로그램을 확산하는 등 신도 흡수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조계종 포교원은 곧 테마별 주말 산사수련회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는 한편 주말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사찰을 종단 차원에서 지원할 방침이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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