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굴을 판 뒤 내부에 레일을 깔아 미군부대 영내매점(PX)의 맥주를 외부로 빼돌린 밀수조직이 적발됐다.서울세관은 4일 용산구 한남동의 미군 주거지인 한남빌리지 담장 밑으로 지하터널을 뚫어 미군PX에서 20억원(밀수품 도매가 기준) 어치의 맥주와 와인을 훔쳐 관세 12억4,500만원을 포탈한 혐의(관세법 위반)로 이모(34)씨와 PX 지배인 송모(48)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운반책 오모(25)씨와 판매상 김모(34)씨 등 28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세관에 따르면 이씨와 송씨는 2001년 초 PX 물품창고로 사용되고 있던 한남빌리지내 컨테이너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점포를 빌려 커피전문점을 개업했다.
이어 이들은 같은 해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동안 곡괭이 등을 이용, 커피전문점 지하를 파들어가 컨테이너와 연결되는 길이 20m, 직경 80㎝∼1m의 땅굴을 팠다.
이씨 등은 땅굴 깊이를 컨테이너 쪽은 1m20㎝, 커피전문점 쪽은 1m50㎝로 만든 뒤 내부에 '슛롤러'(경사 도르레 레일)를 설치, PX 지배인 송씨가 컨테이너에서 맥주 상자를 내리면 자동으로 커피전문점 지하에 도달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씨 등은 2001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PX 맥주 5만8,000상자, 와인 4,000상자를 땅굴을 통해 밀반입, 남대문 등지의 수입품 유통업자에게 판매했다.
PX 맥주는 상자당 13∼15달러지만 최종 단계에서는 70달러 내외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 관계자는 "외국 영토나 다름없는 치외법권 지역의 물품을 빼돌리는 것은 밀수행위"라며 "남대문, 동대문 수입상가에서 유통되는 PX 물품들에 대한 조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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