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월드컵대표팀이 5일 미국여자월드컵 참가를 위해 LA로 출국한다. 축구인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여자대표팀이 남자의 월드컵 4강신화에 이어 다시 한번 쾌거를 달성해줄 것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노파심이 드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여자월드컵대표팀은 월드컵 첫 출전임에도 불구, 8강 진입이라는 다소 벅찬 목표를 설정했다. 상대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인 노르웨이, 6위 브라질, 9위 프랑스라는 점에서 25위에 불과한 한국의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축구인들이 흔히 '공은 둥글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외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일 뿐, 통계적인 확률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한국여자축구는 예외를 바라기에는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싸워왔다. 한국여자축구는 프로리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실업팀도 3개에 불과하다. 고교팀도 통틀어 15개 뿐이다. 한마디로 비교가 불가능한 열악한 환경 그 자체다.
내가 여기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응원은 좋지만 성적이 나쁘다고 너무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충분한 조건이 갖춰진 다음에 성적이 나쁘다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기본이 전혀 안돼 있는 상태에서 성적을 바란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욕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있었던 핀란드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는 우리에게 훌륭한 교훈이 된다. 당시 언론들은 17세이하 청소년대표팀이 사상 최강의 전력이라며 8강 진출은 무난하다고 밝혔지만 결과는 참패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만큼 세계의 벽은 두텁다.
나는 앞으로 한국축구를 이끌어 나갈 청소년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비록 월드컵 4강을 이뤄냈지만 그것은 단일대회 성적일 뿐 한국축구의 수준이 세계 4강에 올랐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축구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더구나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수준을 따라잡겠다고 덤비는 것은 오산이다.
나는 한국여자축구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에서 일본을 따돌리고 티켓을 따낸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한국 여자는 전통대로 역시 강했다.
나는 한국여자대표팀이 미국월드컵에서 펼칠 조예선 3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기만 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8강에 오르고 못 오르는 것은 그 다음 문제고 팬들도 과욕을 부리기 보다는 여자대표팀의 선전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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