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캅’, ‘원초적 본능’(7일 SBS 밤 11시45분)의 폴 버호벤(사진) 감독을 이야기 할 때 성과 폭력을 빼면 할 말이 없다. 성적 욕망과 폭력을 노골적이고 잔인하게 묘사하기로 유명한 그는 영화 속에서 항상 미래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찬 디스토피아를 선보인다.그의 영화는 부정하고 싶은 현실에서 출발하기에 미래도 결코 밝을 수가 없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성과 폭력이라는 본능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1938년 네델란드에서 태어난 그는 수학과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네델란드 해군 홍보영화를 찍으면서 영화와 인연을 맺어 71년 ‘나는 무엇을 보는가’로 장편 영화 데뷔를 했다. 이 작품에서 그는 무정부주의적 세계관과 가톨릭에 대한 경멸을 그대로 드러낸 성상 파괴 장면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87년 ‘로보캅’으로 헐리우드 입성에 성공,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절정을 이룬 ‘토탈 리콜’과 폭력적 섹스의 이미지로 가득한 ‘원초적 본능’ 등 성공작을 잇따라 내놓으며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쇼걸’(5일 MGM(스카이라이프) 밤 12시) ‘스타쉽 트루퍼스’ 등 후속작들이 평단의 혹평 속에 무너지면서 침체기를 맞은 그는 아직까지 과거의 명성을 회복할 만한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성과 폭력에 집착하는 그가 일생을 걸고 기필코 영화화를 위해 매달리는 주제는 역설적이게도 십자군 전쟁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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