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라더스'의 주인공 이범수는 탄탄한 조연 연기로 충무로 감독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왔다. '오!브라더스'의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이제 정상급으로의 돌진을 시작한 이범수와 만났다. 그의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정리했다.편지1 영화 '오!브라더스'의 주인공 범수로부터
안녕하세요. 제가 5일 개봉하는 '오!브라더스'의 주인공으로 나온 것 아시나요? 12세 소년이지만, 겉모습은 조폭 뺨치는 무시무시한 모습의 조로증 환자 오봉구죠. 봉구는 메신저(전령사) 같은 녀석이지요. 봉구는 자기를 떼어 버리려고 하거나 심지어 이용해 먹는 형을 한번도 의심하지 않고 따르지요. 아버지가 죽어가는데도, 아버지가 주머니에 들어있다고 한 8만원을 찾는 녀석이에요. 그 아이에게 죽음, 불신 이런 것은 아직 '개념'이 없어요. 희망과 사랑을 전달하는 녀석이지요. 봉구는 훼손되어서는 안될, 그린벨트 같은 존재입니다. 영화에서는 이정재씨가 제 형으로 나와요. 실제 나이는 그가 세 살 어리죠. 98년 '태양은 없다'(주연 정우성 이정재)에 제가 단발머리를 한 잔인한 사채업자 병국이로 나왔어요. 단역이죠. 사람들은 "당시 (하늘 같은) 주인공인 이정재와 이제 나란히 '투 톱' 자리에 서니 기분이 어떠냐"고 자꾸 물어요. 답은 뻔한 거 아니겠어요. 당연히 기쁘죠. 그치만 '감격' 같은 것은 없어요. 그 때도 저는 속으로 '나는 충무로의 적자(嫡子)다. 나는 자신 있다. 난 만들어진 스타가 아니다'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충주에서 고교까지 마치고, 중대 연영과를 졸업한 '준비된' 연기자였으니까요.
편지2 비상을 시작한 배우 이범수로부터
제 말을 듣고 "잘난 척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죠. "내가 뭐가 부족해 영화잡지 표지 모델감이 안되냐" "영화보고 부끄럽지 않았다"는 말도 했어요. 하지만 이건 일종의 자기 최면이자 선언 같은 것이죠. 사람들은 제가 오락 프로그램에서 보였던 코믹한 이미지 때문에 '코믹배우' 같다고 생각하지만요, 전 그런 영역에만 머물진 않을 겁니다. 코믹한 이미지는 '하면된다'에서 락스 먹고도 "보리차 언제 끓였시유"라고 말하던 촌놈의 이미지 뿐이에요. '일단 뛰어'에서는 느와르의 형사처럼, '몽정기'에선 소심남처럼, '정글쥬스'에선 양아치처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렸잖아요. 여태까지 보인 것은 범수의 가능성을 보여준 '예고편'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나 하는 연기지만, 진짜 '잘하는' 연기를 보여 드리고 싶은 게 제 진짜 꿈이에요.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었죠. 연기의 끝이 63빌딩이라면, 저는 이제 막 지하5층에서 1층으로 나온 셈이죠. 하지만 발걸음이 가벼워요. 준비물도 든든히 챙겼구요. 준비물은 당연히 팬 여러분의 사랑과 제 자신과의 다짐이지요.
편지3 추석을 맞은 귀염동이 범수로부터
추석이 며칠 남지 않았네요. 며칠 전 인터뷰를 위해 한남대교를 건너 시내로 들어오는데, 청계고가 도로 철거하는 게 보이더군요. 보면서 생각했어요. 어머니 한번 모시고 나와야지. 이것도 '볼거리'인데 좋아하시겠구나 싶어서요. 명절이 되면 가족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전 외아들이라 어릴 적부터 혼자 놀기를 좋아했어요. 혼자 이야기도 만들어내고,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하고…. 아마 제 '끼'는 그렇게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네요. 배우들에겐 휴일이 따로 없지만 이번 추석엔 이틀쯤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촬영 중인 '안녕 UFO' 현장에서도 이틀은 쉴 예정이라나요. 어머니, 아버지 모시고 나와서 맛있는 것 좀 사드려야 겠어요. 물론 이런 말도 잊지 말아야 겠죠. "그래도 음식은 엄마가 진짜 잘해, 응?"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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