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에서 신음하는 맹꽁이를 지켜내라."4일 오전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맹꽁이를 지키기 위한 행사가 펼쳐져 시선을 모았다. 서울환경연합과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협의회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이날 신도림역 광장 인근에서 '맹꽁이 서식지 보호를 위한 쓰레기청소 캠페인'에 나선 것.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 1번 승강장과 인근 대성연탄 부지 사이 공터에서 보호야생동물인 맹꽁이가 발견된 것은 지난 7월이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맹꽁이 특유의 울음소리를 좇던 주민들이 가로 50m 세로 10m 정도의 억새풀과 잡초가 무성한 습지에서 맹꽁이의 올챙이와 알 등을 무더기로 발견한 것이다.
최근 이 소식을 접한 환경단체 회원 10여명은 이날 마대 20개와 100ℓ짜리 쓰레기 봉투 10여개를 준비해 1시간 동안 서식지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쓰레기를 주웠다. 그러나 하루 50만명에 이르는 신도림역 이용객들이 버린 음료수 캔, 과자봉지를 비롯해 버려진 소파, 고장난 TV, 수은 형광등 등 산더미 같은 쓰레기가 이곳을 뒤덮고 있어 모두 청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과거 근교와 농촌의 습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었던 맹꽁이가 사라진 것은 도시화로 인한 급격한 습지 파괴 때문. 산란장소의 파괴로 인해 개체수가 급감, 1999년 환경부는 맹꽁이를 보호야생동물로 지정했다. 현재까지 서울에서는 방이동 일대의 습지 등에서만 일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맹꽁이 서식지로 확인된 신도림역 인근은 옆에 도림천이 흐르고 땅밑에서 지하수가 스며 나와, 빈약하지만 습지의 모습을 이루고 있다.
이필재 서울환경연합 팀장은 "오늘 맹꽁이 성체를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서울 한복판에 맹꽁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 노력만 하면 자연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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