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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영/새앨범 "미소"로 본격 활동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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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영/새앨범 "미소"로 본격 활동 재개

입력
2003.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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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찬히 생각해 보자. 백지영의 잘못이 도대체 무엇인지.많은 사람이 그의 벗은 몸을 봐서? 경쟁하듯 벗은 몸을 보여주지 못해 안달인 세상 아닌가.

그가 섹스를 해서? 하지만 성인의 섹스를 무슨 근거로 탓할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가 결혼도 안 하고 남자와 동거를 했다고?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인기로 보아 혼전 동거가 이제 더 이상 금기가 아닌 세상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에 대해 불편해 하고 더러는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다. 백지영 스스로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가수활동을 재개하기까지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의 적은 언제나 '여론'이었다. '백지영 ○월께 컴백할 듯'이라는 이야기만 나오면 인터넷은 다시 들끓었다. "여전히 시간이 더 필요하구나" 싶어서 그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새 음반 발매를 앞두고 있는 지금도 'SBS 인기가요'를 통한 지상파 방송 컴백이 여론의 반발에 부딪쳐 전도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람들은 왜 백지영을 불편해 하는가

백지영은 사람들이 왜 자신을 다시 받아들이지 못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저도 데뷔 전에 O양 비디오 사건을 화제로 삼곤 했어요. 논리적으로 잘못은 없다고 이해하고 동정할 수는 있지만 연예인이란 오징어 씹듯 씹힐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잖아요.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약간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도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는 법이죠."

죄인처럼 지낸 그 시간에 대해 억울해 하지도 않는다. "사건 자체를 돌이켜 보면 그래요. 유교 사상이 지배하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 어쨌든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한 거잖아요. 비난 받을 만하죠. 게다가 저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머리를 조아리는 것도 당연하다 생각했어요." 지난날의 아픔은 하도 자주 꺼내 사람들 앞에 펼쳐 놓아 반질반질 닳고 닳았다. 이제는 자신을 향해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 오히려 처량해 보일 때도 있다. "거리를 돌아다니거나,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거나 할 때 누구도 '그 짓을 해 놓고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냐'고 대놓고 말하지 않아요. 오히려 '백지영씨 너무 좋아해요'라고 반기죠. 하지만 인터넷에만 들어가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험한 온갖 욕설이 가득한 안티 사이트가 수십 개예요. 겉으로는 저를 반기던 사람도 일단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공간에 들어가면 마음껏 제 욕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죠. 이중적인 그 사람들이 저보다 훨씬 더 불쌍해요."

그런데도 왜 노래를 계속하고 싶어하는가?

사건 이후 엄마는 독일로 떠나자고 했다. 친언니가 살고 있는 독일로 이민 가서 아무도 못 알아보는 곳에서 조용히 살자고 했다. 공무원의 아내로 살아 온 엄마에게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딸의 스캔들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 남아 계속 노래를 하고 싶다고 고집했다.

"그렇게 숨어 지내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저는 노래하고 춤 출 때 가장 신나고 또 멋져 보인다고 생각해요." 지상파 방송 출연이 어려운 백지영은 야간 유흥업소 무대에 자주 섰다. 지방 업소를 돌 때마다 '바로 그 백지영이 온다'고 몰려드는 사람들로 미어 터졌다. 그 눈길이 순수할 리 없었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사람들이 그 때 그 일을 모두 잊어주기를 바랄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사실 삐딱한 눈으로라도 저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는 지금이 더 좋아요. 불쾌한 시선과 억지 박수라도 없으면 절망은 더 깊어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죠."

새 앨범의 타이틀곡은 역설적이게도 '미소'다. 얌전한 모습으로 변신을 꾀할 법도 하지만 '추락' 'Dash'와 비슷한 라틴 풍 댄스곡이다. 통통 튀는 발랄한 섹시함을 강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장 입고 진지한 표정으로 조용한 발라드 부른다고 사람들이 저를 다르게 볼까요. 남성이 남성다움을 내세우듯 여자 가수가 섹시하고 여성다운 면을 강조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 않아요? 온 세상이 섹시한 것을 좋아하면서, 왜 돌을 던지나요?" 변신은 외형이 아닌 노래로 하고 싶다고 한다.

"오래 준비하면서 감정은 한층 성숙해졌다"고 한다. "그렇게 다시 나오고 싶어 하더니 저것밖에 못하냐 소리 나오면 어떻게 해요. 열심히 노래하고 춤춰서 '그래도 백지영이 노래와 춤은 괜찮네'라는 소리가 나오면 그게 바로 변신이죠."

그래도 좋은 일은 있어요

그는 꽤 여러 개의 홍보 대사 직함을 가지고 있다.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 대한 사회복지회, 소년소녀 가장돕기,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 홍보대사 등. "다시 방송에 나오려고 괜히 착한 척하는 거 아니냐"는 수군거림도 알고 있다.

1회성 행사가 자꾸 겹치면 "내가 맡고 있는 일들이 뭔지 제대로 기억 나지 않을 때도 있다"고 한다. 낯뜨겁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모든 활동에 진지하게 임한다. 그리고 많이 배우고 있다.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 참가했을 때 특히 그랬어요. 여성 운동하는 사람들 보면 '오죽이나 못생기고 인기가 없으면 남자를 상대로 싸우려고만 할까' 하고 우습게 봤죠. 하지만 페미니스트들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할까요? 물론 저는 페미니스트 전사는 아니에요." 집 앞에 있는 대한 사회복지회의 미혼모 보호소를 들락거리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스물여덟살. 어쩌면 이제 남자라면 치가 떨릴 만도 하다. 누구나 사랑하고 또 실패하지만 백지영에게 그 결과는 너무도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너, 세상을 달관했구나' 그래요. 하지만 요즘은 그 일이 일어난 게 오히려 다행이다 싶을 때가 있어요. 결혼에 있어서도 그래요. 지금 나를 만나 결혼하는 사람은 정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여전히 꿈꾸는 듯한 표정의 그는 "다시 활동 시작하며 걱정도 많죠. 하지만 유일하게 믿는 구석이 있다면 저의 '낙천적 성격'이에요. 잘 될 거라고 지나치게 믿는 것이 도리어 탈이죠."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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