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 앞에선 소신도 무력해지고 마는 우리 국회의원들의 구태가 3일 한나라당의 행자부장관 해임안 표결에서도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오히려 표결 결과만 놓고 보면 이전 어느 때보다도 한나라당은 이날 일사불란함을 보여줬다. 이런 저런 논리로 해임 건의안의 부당함을 얘기해오던 의원들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한 징표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표결 전만 해도 내심 반대쪽에 선 의원들이 30∼40%에 이른다는 게 정설이었다. 공개석상에서 반대 의사를 드러낸 의원들도 상당수였다. 따라서 이날 반란표가 거의 없는 투표 결과를 보고 "언행일치가 안됐다"는 개탄도 나왔다.
평소 해임안에 반대해 온 이성헌 의원은 표결이 끝난 뒤 "해임안에 모든 것을 거는 당의 분위기를 외면할 수 없었다"며 "충분히 비난 받을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의원들의 양심' 운운 발언 등으로 막판 돌아선 의원도 다수 있을 것"이라며 노 대통령 탓도 했다. 서상섭 의원은 가부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총선을 앞두고 당의 분란이 국민들에게 좋게 보이지 않을까 걱정한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소장파 의원들도 대세에 순응했다. 남경필 의원은 "지도부가 너무 앞서가는 우(愚)가 재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지도부를 '원망'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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