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학술 논문 6만여 편을 10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다. 또 전자책 형태로 북한의 신간 학술지를 남한에서 거의 시간차 없이 열람할 수 있게 된다.문화콘텐츠개발회사인 (주)코리아콘텐츠랩의 유대성(39) 대표는 3일 "북한 학술 논문을 인터넷을 통해 찾아볼 수 있는 '북한전자도서관' 시범 서비스를 1일부터 시작했다"며 "10월부터 대학 및 공공도서관을 대상으로 정식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 출판물 인터넷 서비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 대표는 과학기술 관련 학술지 논문을 우선 제공하고, 내년 초에 인문·사회과학, 어문학 등 모두 80여 종 20만여 편에 이르는 북한의 학술 정간물 내용을 대부분 그대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코리아콘텐츠랩(www.kclab.co.kr)이 구축한 북한전자도서관(www.nkdb.com)에는 현재 국내에서 일반인도 규제 없이 볼 수 있는 북한 학술지 17종의 내용이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져 있다. '과학원통보' '김일성종합대학학보―자연과학'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발명공보'를 비롯해 '화학과 화학공학' '수학' '전기자동화공학' '기초의학' '물리' '기계공학' 등에 창간 이후 최장 50년 동안 실린 논문들을 빠짐없이 모았다.
"2월 말 평양에서 조선출판물수출입사와 북한출판물 전송사업에 대한 합의서 및 계약서를 체결했고 이후 북한 내각 출판지도국의 사업 확인서까지 받았습니다." 이 계약은 북한이 2001년 4월 저작권법을 제정하고 올해 1월 말 국제저작권 협약(베른 협약)에 가입한 뒤 이루어진 사실상 최초의 공식 대외 저작권 계약이다.
유 대표가 2년 넘는 노력 끝에 정식 계약을 마치고 최근까지 북한으로부터 수 차례 나눠 받은 학술 논문 정보는 CD롬으로 무려 200장 분량이다. 조선출판물수출입사 직원들이 일일이 스캐닝해서 pdf 파일로 만들었고, 세월이 지나 보기에 불편한 자료는 깔끔하게 보정했다. 올해는 도서관 등 기관에서만 열람할 수 있도록 유료로 정보를 제공하고, 개인 열람 서비스는 내년 1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시범 서비스 기간에는 내용 열람은 할 수 없고 목차와 서지 사항만 확인할 수 있다.
1차 서비스를 과학 기술 논문에 한정한 것은 코리아콘텐츠랩이 당국으로부터 특수자료 취급인가를 아직 받지 못한 때문이다. 조만간 허가가 나면 북한의 주체 철학이나 정치 사상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철학·사회과학 논문은 물론 북한의 고고학 연구 성과를 담은 역사학 자료 등을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 북한 신간 학술지도 출간과 동시에 CD롬으로 받아 전자책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유 대표는 "세계 최초로 30만 단어를 7개 국어로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든 '과학기술용어사전'에서 보듯 북한의 학술 연구는 국가 주도하에 장기적, 조직적으로 진행됐다"며 "그 성과 중에는 남북이 별다른 규제 없이 바로 주고 받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코리아콘텐츠랩은 북한전자도서관 이외에도 한국 근현대사 전공 주요 학자 150명과 저작권 계약을 맺고 구축한 '한국현대사 통합 데이터베이스'와 '디지털 북한백과사전' '디지털 북한인명사전', 현대사 웹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글·사진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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