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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 / 부천 자연생태박물관 백합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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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 / 부천 자연생태박물관 백합전시회

입력
2003.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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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이 이렇게 많아, 먹어도 되는 거야?" 달콤한 향기에 취한 주영이(7·여)가 함빡 핀 꽃봉오리 안에 코를 들이밀더니 엉뚱한 질문을 했다. 엄마(36)는 "윙윙 벌이 먹지. 우린 향기만 마실 수 있어" 하고는 아이 콧잔등에 앉은 꽃가루를 조심스레 털었다. 줄 맞춰 나들이 나선 유치원 아이들은 "선생님 너무 예뻐요"를 지저귀며 제 키만큼 자란 백합 속에 파묻혀 방긋 꽃이 됐다. 한 중년 부부는 눈을 지그시 감고 가을바람에 실려오는 은은한 꽃 향기에 넋을 잃고, 젊은 연인들은 꽃과 추억을 담으려고 디카 촬영에 열중이다.하늘이 모처럼 햇살을 선사한 지난달 28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 춘의동 자연생태박물관 앞 사계절정원. 3,000평 남짓한 공간에 스노우퀸, 시베리아 등 11종 2만8,000여 본의 백합이 가을 문턱에서 활짝 피어났다. 성미 급한 놈은 벌써 화피(花皮) 6조각을 탐스럽게 벌려 바소(한방용 침의 일종)꼴로 꽃을 피우고, 꽃망울 채로 자태를 선보일 날을 기다리는 백합은 속에 품은 향기를 주체하지 못해 운치를 더한다.

정원에 심은 백합은 향기가 좋은 시베리아 등 오리엔탈 계통 5종 1만300본, 노랑 코르델리아 주황 넬로 등 색깔이 다채로운 아시아틱 계통 5종 1만7,200본, 나팔나리로 불리는 롱기풀리윰 계통 1종 700본이다.

백합정원은 종류별로 화단을 만들어 색깔이 화려한 품종은 둥글게 정원을 휘돌아 심고 향기가 좋은 품종은 중앙에 배치했다. 빨강 주황 분홍 노랑 하얀 색 등 아름다운 색깔에 반해 정원 안에 들어서면 사방에서 몰려드는 산뜻한 향기에 숨이 막힌다. 정원 곳곳에 심은 원추리 등 야생화를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백합은 주로 햇볕이 직접 쬐지 않는 숲이나 수목의 그늘 또는 북향의 서늘한 곳에서 자라는 여름 꽃인데 전시회 때문에 생장을 늦춘 터라 뿜어내는 향기도 매혹적인 자태도 일품이다. 이번 백합전시회는 8월말까지 열릴 예정이었으나 잦은 비 때문에 이 달 15일까지 늘려 잡았다.

정원 뒤에는 디딜방아 베틀 등 180여 점의 농경유물이 전시된 '?'자 전통 초가집 한 채가 소담스레 서있다. '손대지 마시오' 란 경고문이 무섭게 버티고 있는 다른 전시관과 달리 해질 무렵 초가 툇마루에 걸터앉거나 누워 산들바람 타고 가슴에 스미는 백합 향기를 느끼는 한가로운 흥취도 즐길 수 있다.

7일까지 매주 토·일요일은 짚풀 공예 전시 및 체험마당이 펼쳐져 직접 풀여치, 여치집, 인형 등을 만들어볼 수 있다. 부천시 농산지원사업소 관계자는 "이 달 초가 백합의 절정일 것"이라며 "전시가 끝나면 백합은 시 홈페이지(www.bucheonsi.com)를 통해 선착순 분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식 한가지. 백합의 꽃말은 '순결'과 '희생'이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하와의 눈물, 몸을 요구하는 공작을 피해 기도하던 독일 처녀 아리스, 헤라클레스가 빨던 헤라의 젖이 백합이 됐다는 전설을 나누며 도란도란 얘기 꽃을 피워보자.

백합전시회 앞 자연생태박물관에선 아이들이 표본이 아닌 살아있는 모래무지 누치 등 토종민물고기와 장수하늘소 등 곤충을 만날 수 있다. 요금 어른 1,000원, 중고생 800원, 4∼12세 600원. 관람시간 오전10시∼오후5시. 사슴 공작 등 20종 100여 마리 동물을 키우는 어린이 동물원(무료)도 아기자기하다.

지하철1호선 소사역에서 마을버스(019―2)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번거롭다고 꼼지락거리다간 속절없이 꽃은 진다.

/부천=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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