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는 어렵다고 한다. "새 노래 부르는 것보다 리메이크가 훨씬 더 힘들었어요"라고 모두가 정색하며 말한다. 사실 리메이크는 어렵다. 그 노래가 명곡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원곡보다 더 잘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곡 해석과 탁월한 감성을 덧붙여야 한다. 원래의 감동에 자신만의 '+α'가 있어야 한다.하지만 신인가수가 리메이크곡을 부를 때는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 귀에 익은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 만으로 쉽게 이름을 알릴 수 있으니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나이 든 사람은 그 노래가 유행하던 시절의 추억에 젖어 볼 수 있으며 일단 인기가 검증된 노래인 만큼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하기도 좋다.
미처 뜨지 못한 곡을 발굴해 인기를 끄는 좀 더 높은 난이도의 전략도 있다. UN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지오'라는 가수의 노래를 다시 불러 인기를 끌었고 SES의 'Oh My Love'도 원래는 이장우의 곡이었지만 이제는 완전한 SES의 곡으로 기억되고 있다.
신인가수 서연은 국내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한국, 대만,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5개국에서 동시에 앨범을 발매해 '제2의 보아'로 불렸다. 4년 전 '길거리 캐스팅' 돼 해외 진출을 위한 노래, 춤, 일본어, 작곡 공부를 했다.
애초에 타이틀곡은 인기 작곡가 황성제의 곡인 'First Minor'였다. 하지만 곧 방향을 틀어 듀스의 인기곡 '여름 안에서'를 부르기 시작했다. 매해 여름이면 어김없이 라디오에서 들려오던 듀스의 '여름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서연의 '여름 안에서'에게 자리를 내 줬다. 듀스를 기억하는 20대 후반의 팬들도 서연의 노래를 들으며 듀스에 대한 추억에 잠겼다. 덕분에 비슷비슷한 신인 여가수에 비해 서연의 인지도는 높아졌다. 하지만 이 또한 손 안 대고 코풀기 식의 전략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해외 진출이라는 거창한 꿈을 가지고 데뷔한 신인가수 치고는 너무 쉬운 시작으로 보인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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