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잡지 등에 게재되는 가전 신제품 사진을 유심히 살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궁금증을 품었을 법하다. '유명모델처럼 낯익은 얼굴도, 전문모델처럼 세련된 모습도 아닌데, 신제품 옆에 서있는 이 모델은 누구일까.'이들이 바로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가전 3사의 사내 모델이다. 1년에 수백 개 정도의 신제품이 쏟아져 전문모델을 기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비도 절감하고, 참신한 이미지도 보여주기 위해 기용한 아마추어 모델이다.
삼성전자 화장품 냉장고 등에 모델로 등장한 이현아(23)씨는 시스템가전사업본부 냉기수출그룹에서 일하고 있는 3년차 사원. 우연히 마케팅부 직원의 눈에 들어 올 2월 '스카우트'된 뒤 4차례 정도 사내 모델로 활약했다.
이씨는 "처음 모델로 나설 때 미장원에서 머리를 만지는 등 잔뜩 꾸미고 카메라 앞에 서자 오히려 어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면서 "실물보다 사진이 더 못한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LG전자 총무부의 한경진(22)씨는 홍보팀에서 사내모델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원한 케이스. "어릴 때부터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스스로 적임자라고 생각했다"고 한씨는 설명했다. 유무선 전화기 등에 6차례가량 모델로 나선 한씨는 "처음에는 오랫동안 웃고 있으려니 얼굴 근육이 당기는 등 힘들었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운 표정 연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구매기획팀 소속의 이희령(23)씨는 지난해 8월 DVD 콤보 모델로 데뷔한 후 7차례나 모델로 나섰던 베테랑 사내모델. 자연스럽게 웃는 모습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 회사 안팎의 평가다. 이씨는 "신문에 사진이 나간 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오는 등 예상치 못한 '유명세'까지 치렀다"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이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역시 모델료. 하지만 세 사람 모두 무료 봉사를 하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회사에서 공들여 만든 제품을 소개하는 회사의 얼굴이 된 것도 영광인데 무슨 돈을 받느냐"며 남다른 애사심을 자랑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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