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 미국 문화계에서 페미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선구자였던 차학경(1951∼1982)의 회고전 '관객의 꿈―차학경'이 5일부터 10월26일까지 쌈지스페이스에서 열린다.비록 31년의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차학경은 시대를 앞서간 지식인 예술가로, 다방면의 작업은 지금도 커다란 영향을 드리우고 있다. 한국계 작가로는 백남준에 이어 두 번째로 휘트니미술관에서 전시를 가졌고, 그의 영화 비디오 퍼포먼스는 지속적 비평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의 삶은 작품만큼이나 강렬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열 살 때 하와이로 이주한 뒤 샌프란시스코에 정착, 버클리대학에서 비교문학과 미술 두 개의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0년 뉴욕으로 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일하면서 신화, 역사, 서정시와 한국에 대한 상념들이 버무려진 서사시 같은 소설 '딕테'를 저술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1982년 11월 맨해튼에서 피살됐다. 지금도 미국 대학에서는 '딕테'가 교재로 사용되며 연구되고 있고 이산의 기억과 언어의 상실을 주제로 장르를 넘나든 그의 예술은 미술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버클리미술관이 기획해 2001년 이후 미국 미술관 5곳을 순회해 온 회고전이다. 평론가 로버트 앳킨이 "사각의 어두운 갤러리에서 보여준 거의 마술에 가까운 공적"이라고 극찬한 78년 작 퍼포먼스 'Other Things Seen'과 비디오, 설치, 아트북, 드로잉 및 미완성 필름 'White Dust from Mongolia' 등 그의 다양한 작품들을 망라하고 있다.
개막일인 5일 오전11시에는 휘트니미술관 큐레이터 로렌스 린더 등이 참가하는 심포지엄 '차학경의 이해'가 열리고, 저녁 7시30분에는 극단 뮈토스가 '딕테'를 연극으로 만든 '말하는 여자'가 공연된다. (02)3142―1693
/하종오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