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의 대전 법조비리 보도와 관련, 검사 4명이 낸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한 대법원 판결은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종래의 가치관을 유지한 의미 있는 결정이다. 2심에서 부분적으로 명예훼손을 인정한 것이 잘못된 판결로 밝혀져, 공적 관심사에 대한 언론보도 자유의 폭이 넓어지게 되었다. 이 판결정신이 같은 형사사건에도 반영됐으면 한다.재판부는 판결을 통해 "공직자의 도덕성, 청렴성, 업무처리의 정당성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므로 악의적인 비판이 아닌 한 감시와 비판의 기능이 쉽게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언론학 교과서 첫 장에 나오는 이 중요한 원칙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였다는 점에서도 다행한 판결이다.
이 사건은 1999년 문화방송이 대전의 한 변호사가 판·검사 경찰관 교도관 등 378명의 공직자에게서 사건 소개를 받고 알선료와 떡값 등을 준 비밀장부를 입수해 보도함으로써 구조적인 법조비리의 진상을 폭로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구속된 변호사는 유죄가 확정되었는데, 전·현직 검사 22명이 그 보도로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소송을 제기하자 대전지법은 지난 6월 대전 문화방송 기자 4명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민사소송에서는 대전지역 검사 4명에게 2,000만∼3,00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보도를 계기로 법조비리는 당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대검은 자체조사를 통해 검사 25명이 여러 가지 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국민의 비판과 질책을 가슴깊이 받아들이겠다"고 사죄했었다. 이런 비리가 보도되지 않았다면 시정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 보도와 대법원 판결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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