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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메이커]신명길 대도初 배드민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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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메이커]신명길 대도初 배드민턴 감독

입력
2003.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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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제가 큰 선수가 될 거라고 그랬잖아요. 왜 그렇게 말리셨어요.""아, 그 때야 누가 알았습니까. 아무튼 고맙습니다. 허허허."

96년 애틀랜타올림픽서 방수현이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후 축하연에서 만난 신명길(57·대도초등학교 교사)감독과 방수현의 아버지인 코미디언 방일수씨는 10여년전 벌인 줄다리기를 회상하며 폭소를 터뜨렸다.

1979년 영등포구 대림동의 도신초등학교에 부임해 배드민턴부를 창설한 신감독은 매년 선수선발을 위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세가지 기초체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스피드를 재는 100m 달리기와 지구력을 평가하는 600m 달리기, 스매싱 파워를 보는 공 던지기.

82년 테스트 때 한 눈에 들어 온 재목감이 4학년 방수현이었다. 큰 키에 지구력이 유난히 뛰어난 데다 성적도 상위권이고, 운동을 시키면서 보니 속이 깊고 매우 긍정적인 성격이었다. 아버지가 고교 때 중장거리 선수였다는 점은 더욱 흥미를 갖게 했다.

그러나 당시 3남매 중 외동딸인 수현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던 부모는 "여자가 무슨 운동이냐, 절대 안 된다"며 극구 반대했다. 부모는 물론 할머니까지 교대로 학교앞에서 기다리다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데리고 가고, 신감독은 감시(?)가 소홀해 지면 다시 운동을 시키는 줄다리기가 한동안 계속됐다.

"분명히 국가대표가 될 것이다" 며 설득하던 신감독은 겨울방학 중 배드민턴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해 비닐하우스 속의 코트에 부모들을 초청, 학생들과 짝지어 경기를 벌이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래도 "수현이에게 시키기에는 너무 힘든 운동같다. 조금 두고 생각해 보자"며 대답을 안 주던 방씨는 끝내 "배드민턴이 서울에서 열리는 88올림픽의 시범종목이 됐고,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는 수현이가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끈질기게 매달리는 신감독에게 굴복, 운동을 허락했다.

그리고 바로 열린 소년체전 서울예선부터 이주일 심철호 임희춘씨 등 동료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을 정도로 열성적인 후원자가 된 아버지는 딸을 위해 아침운동에 솔선수범 했고, 방수현은 바로 소년체전 우승으로 보답했다. 이어 영등포여중 2학년때 주니어 국가대표, 88년 서울체고 1년때 최연소 국가대표로 선발된 후 그 해 웨일즈오픈서 우승하며 한국배드민턴의 여왕으로 등극한 것.

신감독이 이렇게 부모들을 설득해 국가대표로 키운 선수는 방수현 뿐이 아니다.

방수현과 마찬가지로 고교 1년때 대표선수가 된 4년 후배 나경민(대교 눈높이)이 있고, 지난 6월 방수현과 나경민의 최연소 국가대표 기록을 경신한 장수영(원촌중 3)과 현 남자단식 1위 이현일(김천시청), 여자단식 1위 김경란(대교 눈높이)도 그의 제자이다.

신감독이 전근 다니며 만든 서울의 5개 초등학교 팀(도신 영등포 독산 한산 대도) 중 방수현이 도신, 나경민 김경란 이현일이 영등포, 장수영이 대도초등학교의 제자이다.

서울교대 출신인 신감독은 신림초등학교에서 특별활동으로 운영되는 배드민턴부를 맡아 4년간 지도할 때까지도 평범한 일반교사였다. 그러나 79년 체육시범지정학교가 된 도신초등학교에서 선수양성을 시작하며 배드민턴 지도법을 독학했다. 경기장을 찾아 다니며 관전하고, 배드민턴 협회와 지도자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이론과 실전을 공부하면서 학교에 체육관이 없어 방과후 선수들을 봉고차로 대림동에서 태릉까지 데리고 다니며 훈련시켰다.

영등포초등학교에서 발굴한 나경민은 키가 작고 연약해 배드민턴에 적격하지 않은데다 집에서는 단거리 달리기를 잘해 육상선수를 희망했다.

그러나 유연성이 아깝고 어머니의 신장으로 보아 키도 클 것같자 신감독은 집요하게 매달렸다. 결국 나경민은 92년 미림전산여고 1년때 방수현에 이어 국내 단식 2위로 점프하고 96애틀랜타 올림픽서는 박주봉과 혼합복식 은메달을 획득하며 여자대표중 복식의 1인자로 자리를 굳혔다. 김동문과 한 조로 출전할 2004년 올림픽 혼합복식에서도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

남자 제자 중 유일하게 대표가 된 이현일 역시 당시에는 키가 작아 배드민턴을 할 조건이 아니었으나 성장 가능성과 최상위권의 학업성적을 보고 붙들었다.

그는 나름대로 성장 가능성을 보는 비결이 있다. "엉덩이가 올라 붙고 살찌는 체질이 아니면 키가 큰다"며 당장은 단신이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방수현은 170㎝까지 자랐고 나경민도 175㎝가 되었다.

"건강기록부를 놓고 초등학교 입학 후의 성장속도를 체크하죠. 지금은 작더라도 매년 성장 폭이 증가하는 어린이는 반드시 더 클 수 있다고 봅니다. 머리가 좋고 성적이 상위권이면 금상첨화이고요."

현재 배드민턴계의 최고 기대주인 장수영은 99년 대도초등학교(강남구 도곡동) 부임 전 소문을 듣고 뽑아 함께 옮겼다. 어머니가 배드민턴 선수출신이라 감각이 있는데다 방수현 나경민과 같은 신체구조를 갖고 있어 키가 175㎝이상 까지 갈 것으로 보았다.

6학년 때 대도초등학교를 소년체전과 전국춘계대회 단체전 우승으로 이끈 장수영은 중1때 주니어국가대표로 선발되더니 금년 6월 하계대회 여중부서 단식 복식 단체전 3관왕을 이루며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만 14세 10개월. 키가 172㎝로 큰 편이고, 순발력과 끈기, 경기운영 능력을 고루 갖춰 배드민턴협회가 앞으로 10년간 한국 여자배드민턴을 책임질 선수로 기대하는 유망주가 됐다.

신감독의 지도법이 평가받는 것은 기초교육에 충실하다는 것. 당장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체력과 기본기 배양 부상방지를 위한 체조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심장에서 먼 목과 발목 손목에서부터 시작해 팔꿈치와 무릎 관절, 어깨, 허리 등 몸 가운데로 옮기는 준비운동과 반대의 정리운동을 충실히 하면 부상이 훨씬 줄어들죠. 남들은 훈련을 않고 쓸데 없는데 시간을 많이 쏟는다고 하지만 그게 우리 선수들이 부상 없이 대표선수로 성공하는 비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는 또 자율적 훈련과 집중력, 자신감 배양에 주력한다.

초등학생도 1년에 대회가 다섯번이나 있으니 경기에서 지더라도 곧 만회할 수 있다며 포기하지 않도록 독려한다.

수업은 대회참가 때가 아니면 절대 빠지지 않도록 한다. "모두 운동으로 성공하는 게 아닌데 운동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못하면 훗날 누가 책임을 지겠습니까."

현재 재학생중에서는 80년대 남녀 배드민턴의 정상이었던 성한국(국가대표팀 코치)-김연자(한체대교수) 부부의 딸 성지현을 대표감으로 꼽고 있다.

"한국 배드민턴 최고 선수들의 2세를 맡으니 부담이 크지요. 제가 지현이 부모만큼 배드민턴을 알겠습니까. 하지만 기초를 만들어 준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할 뿐입니다."

6학년인 성지현은 금년 종별선수권에서 준우승, 원천배 선수권서 초등부 우승을 했다. 160㎝의 큰 키에 부모의 피를 받아 장수영이 세운 최연소 국가대표 기록을 다시 깨뜨리지 않을까 기대된다.

신감독의 고민거리는 선수부족이다. 4학년부터 6학년까지 남녀 2명씩 총 12명 정도가 이상적인데 현재 8명이고 이중 7명이 6학년이라 곧 졸업하게 된다.

하지만 배드민턴 선수 지망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체육시간에 배드민턴을 하자면 좋아 하면서도 선수하라면 싫다고 해요. 배드민턴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이나 딸 때 반짝하지 조금 지나면 관심이 없어요. 매스컴에서도 인기 프로종목에만 집중하고 배드민턴은 비추어 주질 않으니 앞이 막막하네요."

특히 강남구 부촌의 학교로 옮기고 나니 더욱 운동하겠다는 아이들이 없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유석근 편집위원

● 신명길 감독의 제자

방수현(은퇴) 31세

도신초-영등포여중-서울체고-한체대-오리리화장품-대교눈높이

92올림픽 여자단식 은메달. 94아시안게임 여자단식 금메달. 96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

나경민 27세

영등포초-미림여중-미림전산여고-한체대-대교눈높이

96올림픽혼복 은메달. 2002 전영오픈 혼복 1위. 2003세계개인선수권 혼복 1위. 2003 코리아오픈 여복, 혼복 1위. 현 혼합복식 세계1위

김경란 26세

영등포초-미림여중-미림전산여고-한체대-대교눈높이

2001눈높이컵 한국최강전 2위. 2002아시안게임 여자단식 3위. 2002대만오픈 3위. 2003 세계혼합단체전 1위.

이현일 23세

영등포초- 양동중-서울체고-한체대-김천시청

2001미국오픈 남자단식 1위. 2002일본오픈 남자단식 1위. 2003스위스오픈 남자단식 1위. 현 국내 남자단식 1위.

장수영 15세

대도초-원촌중 3년

2003 종별선수권대회 여중 단식, 복식, 단체 1위. 2003 독일주니어대회 여자단식 2위, 여자복식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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