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담배회사에서 일하는 양심적인 종사자들은 담배가 얼마나 유해한지 폭로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피해를 본 사람들이 정의를 맛볼 수 있습니다"담배회사의 반사회적 부조리를 고발한 영화 '인사이더'의 실재 인물인 금연운동가 제프리 와이건드 (60) 박사는 3일 서울 가톨릭의대 의과학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제1회 국제만성병심포지엄에 참석해 "담배회사들이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자료를 숨기면서 중독성을 높이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며 한국 내에서도 담배회사의 내부자 폭로를 촉구했다.
와이건드 박사는 "나는 브라운& 윌리암스(B&W)담배회사 재직시절 사장으로부터 '어릴 때 담배를 피우게 해야 평생을 피운다'는 얘기를 들었을 정도"라며 "담배회사에서 일한 4년 동안 양심의 가책을 많이 느껴 해임된 후 B&W사의 비밀문건을 공개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담배회사는 심지어 100만명의 아동이 흡연을 해야 담배의 수익성이 창출된다는 통계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담배회사는 이 같은 내부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채 담배의 중독성과 유해성을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와이건드 박사는 1994년 미국의 3대 담배회사 B&W사의 연구개발담당 부사장으로 있으면서 니코틴 중독효과를 높이기 위해 암모니아 화합물을 첨가제로 사용해왔다는 내부문건을 폭로, 흡연피해자들이 2,000억 달러의 피해보상소송을 이기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세계적인 금연운동가로 변신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미 많은 담배회사들이 니코틴의 중독성에 대한 다양한 연구자료를 가지고 있으며 담배는 그냥 태우는 것만으로도 4,000∼5,000개의 유해물질이 배출된다는 것이다. 특히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은 헤로인보다 5∼6배의 중독성을 가지고 있으며 니코틴 조차도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최근 연구에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할리우드 스타 러셀 크로가 자신의 역할을 맡았던 영화 인사이드와 관련, "영화가 너무나 실제에 가까워서 보기 불편할 정도였다"며 "우편함에 총알을 넣어두고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등의 영화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모두가 자신이 진실을 털어놓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밝혔다.
와이건드 박사는 4일 서울 대일 외국어고교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흡연의 폐해 등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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