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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주말연속극 "보디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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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주말연속극 "보디가드"

입력
2003.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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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농담 삼아 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KBS2 주말연속극 '보디가드'는 '스페셜 버라이어티 스펙터클 블록버스터'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는 정말 없는 것이 없다.일단 보디가드 이야기니 액션은 필수이고, 여기에 그들이 연예인과 정치인을 경호하면서 화려한 연예계와 정치계의 스캔들이 끼어 든다. 이 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경탁(차승원)을 중심으로 유진(한고은)과 나영(임은경)의 삼각관계도 집어넣고, 연예인이 등장한다는 핑계로 수영복 패션쇼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걸로 끝? 설마! 나영은 알고 보니 유력 정치인의 딸이다. 매회 '액션 코믹 섹시 로맨스 미스터리'(헉헉!)가 쉴 새 없이 반복되고, 드라마의 무대는 평범한 중산층인 경탁의 집에서 음모가 진행되는 정치권 뒤편까지 극과 극을 달린다.

'보디가드'는 철저하게 '가벼운 오락물'을 노린 작품이다. 여기서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현실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퀵 서비스맨이 한 순간에 전문 보디가드가 되고, 정치권 인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킬러'를 고용해 아무 때나 사람을 해치우라고 지시한다. 모든 스토리는 그 자체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 인물에게 액션을 시키기 위해, 혹은 삼각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진행된다. '보디가드'는 아주 노골적으로 드라마는 매회 확실한 눈요기만 시켜주면 시청자를 끌어 모을 수 있다는 걸 드러내고, 거기에 철저히 충실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드라마가 뚜렷한 마니아 팬 없이도 3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그만큼 '그냥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여전히 통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물론 드라마의 인기에는 주연을 맡은 차승원의 역량이 절대적이다. 그는 산만하고 유치하다고 해도 할 말 없을 이 드라마의 거의 모든 곳에 쉴 새 없이 등장해 '보디가드'를 집중력 있게 이끌어나간다. '보디가드'에서 그가 해서 못할 것은 없고, '착한' 여자들은 그를 '사랑해야만' 한다. 특유의 유머 넘치는 모습으로 액션과 로맨스 양쪽을 일관된 톤으로 이끌어나가는 차승원의 연기는 발군이다. 최근 '여름향기' 등 스타 캐스팅을 시도한 작품들의 성적이 저조한 것과 달리, '보디가드'는 다른 부분은 포기하더라도 캐스팅한 스타만큼은 철저히 써먹고 있다. 시청률만을 놓고 본다면 이 드라마의 '기획'은 꽤 잘된 편이다.

그러나 이것이 이 드라마의 얄팍함을 덮어주는 것은 아니다. 결투 장면과 자동차 추격전에서 보여주는 느슨한 편집이나 차승원의 활약만 보여주면 된다는 식의 산만한 스토리라인은 '보디가드'를 '잘 만든' 드라마로는 볼 수 없게 한다. 난데없이 킬러가 달리는 차에 사람을 미는 장면에서는 이 드라마에 최소한의 윤리성이 있는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여전히 후텁지근한 날씨에 극장에 갈 필요 없이 공짜로 액션과 멜로가 버무려진 드라마를 본다는 것이 즐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에도 '수준'이라는 것이 있는 법. '보디가드'는 이와 비슷한 B급 액션 비디오의 대여료를 아끼게 해주는 작품 이상은 되지 못한다. 단, '일류' 배우 차승원만 빼고.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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