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3일 김두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통과되자 일단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여론을 주시하고 있다. 청와대 내에는 여전히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훨씬 강하지만 일단 '숨 고르기'를 하겠다는 뜻이다. 당장 4일에 있을 노무현 대통령과 여야 대표 등의 5자회동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고 정기국회에서의 법안처리, 국정감사 등에서의 손실을 따져볼 필요도 있다. 김 장관이 청와대와 상의없이 사의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하려던 것을 황급히 만류한 것도 '시간 벌기'의 측면이 있다.이날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청와대는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일단 입장 표명을 유보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관계자는 "해임건의안에 대한 법적 시한이 없는 만큼 당분간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도 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런 식의 국회운영은 대통령직 수행에 상당한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정도로만 언급하고 우선 5자회동의 원만한 진행에 무게를 둘 것으로 알려졌다.
문희상 비서실장은 "해임건의안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협의중이고 숙고중"이라고 입장 표명을 유보하면서도 "그러나 제2, 제3의 경우가 나오면 국가경영이 불가하다"고 말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유인태 정무수석도 "다수의 횡포로 장관을 해임한다면 장관들이 야당 눈치 보느라 무슨 일을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현재 노 대통령이 결국 해임건의안을 거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장관의 사의표명 계획을 만류한 것에 대해서도 결국 거부로 가는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번 정기국회에서 지방분권, 신행정수도 특별법 등과 집단소송제 등의 경제개혁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따라서 5자회동에서 노 대통령과 최병렬 대표의 회동결과, 그리고 여론의 동향에 따라 해임건의안 수용여부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이 총선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김 장관의 입지를 최대한 배려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교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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