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추석 대목 경기마저 양극으로 치닫고 있다. 백화점에서 일부 부유층을 상대로 마련한 고급 브랜드는 불티나는 반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재래시장은 손님이 줄어 울상이다.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요 근래들어 명절특수가 거의 사라진 재래시장. 서울 남대문 종합시장(주) 관계자는 "여름이 채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추석이 찾아와 주품목인 가을의류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면서 "게다가 재래시장의 경쟁력까지 떨어져 추석대목이 사라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동대문시장의 한 업주도 "매출액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쳐 추석 대목을 포기하고 아예 겨울시장을 준비하고 있는 상인들이 많다"고 거들었다.
전체 매출액이 감소 추세인 할인점과 백화점도 저가 품목만 불티나게 팔리는 기형적인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A할인점 관계자는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3만원대 이하의 저가품목에 집중됐다"며 "예년에 비해 저가상품 쏠림 현상이 더 높다"고 밝혔다. B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감소했으며, 100만원대 굴비세트 등 고가추석선물이 그나마 잘 팔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가 수입명품 등 고가브랜드의 매출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추석 연휴를 이용한 해외여행객은 사상 최대로 추정될 만큼 크게 늘었다. C백화점 관계자는 "100만∼300만원에 달하는 고급 선물세트는 이미 절반이 팔렸으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00% 판매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백화점 판매가가 병 당(700ml) 1,200만원으로 책정돼 화제를 모았던 최고급 위스키 '로얄 살루트 50년'도 1일 현재 국내 수입된 총 20병 중 8병이나 팔렸다. 로얄 살루트 50년은 스카치 위스키 제조업체인 시바스브라더스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50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적으로 255병만 한정 생산한 최고급 위스키. 신세계 백화점이 추석선물로 선보인 1,000만원짜리 '82년산 보르도 와인세트'(3세트 한정)의 경우 각 점별로 하루 10여통씩 문의 전화가 걸려올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현대홈쇼핑이 지난달 28일 1시간 동안 3종류의 최신형 볼보 자동차를 판매해 무려 33억원(54대)의 매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N여행사 관계자는 "일본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여행객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폭증했다"며 "젊은 직장인뿐만 아니라 가족 동반 여행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전성철기자 fory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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